AP뉴시스
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 탑승에 앞서 기자들을 보더니 먼저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이어 EU에 대한 고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통상전쟁’ 확전을 본격화한 것이다. 미국과 EU의 상품·서비스 교역액은 2023년 기준 1조5000억 유로(약 2300조 원)로, 전 세계 교역 규모의 30%를 차지한다. EU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 예고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보복 관세’ 등 맞대응 조치를 시사했다.
●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는 한 달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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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과 멕시코 정부는 당초 4일부터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조처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3일 오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오늘 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일련의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멕시코 국경에 마약 밀매와 불법이민 단속을 위해 군인 1만 명을 배치하기로 한 사실을 밝히며 한 달 간 관세를 유예하기로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그는 3일 오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혀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열어 둔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EU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선 “특별한 시간표(timeline)가 있진 않다”라면서도 “아주 곧(pretty soon)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EU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가 350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그들(EU)은 우리의 자동차나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는다. 거의 아무것도 수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U를 겨냥해 “흉악하다(atrocity)”는 표현까지 썼다. 관세를 무기로 고강도 압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은 EU를 관세 부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지목했었다. 취임 하루 만인 지난달 2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EU는 아주아주 나쁘다”고 했고, 그 나흘 뒤에는 EU와의 무역 불균형을 거론하며 “뭔가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규제에 나선 EU를 겨냥해 ‘세금’을 무기화하는 방안에도 착수했다.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를 통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국가의 기업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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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 백악관은 이날 배포한 설명 자료에서 관세 부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을 거론했다. 백악관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멕시코 내 건조기 생산시설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