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이념·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나”라며 탈이념·탈진영의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했다. 그동안 강조해 온 ‘복지’ ‘분배’ 대신 ‘성장’을 11번이나 언급했다. 자신의 간판 브랜드인 기본소득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특히 기업 중심의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며 첨단 분야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기업 활동 장애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저성장의 고착화와 정치적 혼란으로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과거에 여러 차례 실용주의를 천명했음에도 말과 행동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당 대표 출마 당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강조했다. 출마선언문에서 ‘성장’을 14차례나 언급하고 전력망과 인공지능(AI)을 신성장 키워드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성장이 곧 복지이자 발전”이라며 “민생의 핵심은 기업활동”이라고 했지만 기업 경영을 옥죄는 상법 개정안, 파업 조장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 등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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