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진 씨가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보디빌딩연맹(IFBB) 세계피트니스 및 보디빌딩 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10년 전 산후 우울증과 무기력에서 탈피하기 위해 보디빌딩을 시작한 그는 2019년부터 세계 무대에 도전할 정도로 탄탄한 몸매를 과시하고 있다. 박재진 씨 제공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발레는 예쁜 옷에 토슈즈 신고 우아하게 균형 잡으며 춤을 춘다면, 보디빌딩은 간단하게 차려입고 힘쓰는 운동이죠. 몸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근육에 힘을 모으며 중량을 들다 보면 세상사 모든 일을 잊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가냘팠던 몸이 탄탄한 근육질 몸매로 바뀌는 것도 경이롭고요. 보디빌딩을 만나 너무 행복해요.”
일요일까지 주 7회 매일 2시간 이상 운동했다. 오전에 웨이트트레이닝 1시간, 오후에 유산소운동 1시간.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선 근육운동뿐만 아니라 유산소운동으로 체내 지방을 태워야 한다. 보디빌딩 시작 2년 뒤부터 지방 및 전국 대회에 출전했다. 대회를 준비할 땐 하루 3시간 넘게 훈련한다. 2019년 미스터부산 보디빌딩&피트니스 대회 여자부 비키니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고, 국내 최고 대회인 대한보디빌딩협회와 YMCA가 각각 주최하는 미스터&미즈코리아대회에서도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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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는 세계 무대에 도전했다. 그해 체코에서 열린 IFBB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2022년 경북 영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비키니피트니스(162cm 이하)에서 4등을 했다. 2023년 스페인 산타 수산나 세계선수권 핏모델에서 4등을 한 그는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마스터 비키니(45∼49세 부문)에서 4위, 오픈 부문에서는 5위를 각각 차지했다. 박 씨는 “3등 안에 드는 게 목표였는데 이번에도 실패했다”며 아쉬워했다.
“보디빌딩은 타고난 몸도 중요한 것 같아요. 외국 선수들은 훤칠한 키에 밸런스와 비율이 잘 갖춰진 몸매까지 갖췄고, 무대 매너도 너무 좋아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하고 표현해 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동양인으로 그들을 따라잡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 세계 톱3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계속 정진할 생각입니다.”
보디빌딩을 하며 가장 힘든 건 식단 관리였다. 박 씨는 “근육의 선명성을 드러내려면 사실상 지방을 완전히 빼야 한다. 그래서 대회를 앞두고 탄수화물을 완전히 줄이는 다소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저혈당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간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외과 의사인 남편이 보디빌딩하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씨가 보디빌딩에 애착을 보이고 열심히 해 다양한 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을 보고 이젠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다만 “좋아하는 일이니 반대는 하지 않는데 제발 쓰러지거나 다치지 말라”고 늘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보디빌딩 선수들에게 근육 파열은 다반사다. 저칼로리 식단으로 고강도 훈련을 하면 호르몬 불균형과 대사 저하를 유발하기도 한다. 박 씨도 늘 조심하지만 “대회를 앞두곤 다소 극단적으로 가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박 씨는 대회가 끝난 뒤 체중을 5∼6kg 이상 불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수가 대회가 끝나면 자유롭게 음식을 먹어 10kg 이상 체중이 늘기도 하는데 그러면 다시 뺄 때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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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