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명 최대 43년간 추적 관찰 가공육 0.25인분만 먹어도 영향 생선-견과류로 대체하면 도움
소시지, 베이컨, 살라미 등 가공육을 많이 먹으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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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가공육이 뇌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대규모 추적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가공육을 많이 먹는 사람은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왕둥 미국 하버드대 의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베이컨, 소시지, 살라미 등 가공육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하고 해당 연구 결과를 16일 ‘미국신경학회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연구 시작 시점에 치매가 없고 평균 연령 49세인 13만3771명을 최대 43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 대상자 중 연구 기간에 치매에 걸린 사람은 1만117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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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별로 나이, 성별, 기타 인지 저하 위험 요인을 보정한 뒤 치매 발병 위험을 살핀 결과 가공육 고섭취 그룹이 저섭취 그룹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13%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본인 스스로 인지 기능이 저하됐다고 느끼는 ‘주관적 인지 저하(SCD)’를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도 진행했다. SCD가 있는 사람은 향후 경도인지장애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테스트 결과 가공육 고섭취 그룹은 저섭취 그룹보다 SCD가 나타날 위험이 14% 높았다.
연구팀은 가공육을 다른 대체 식품으로 바꿨을 때의 치매 발생 위험도 살폈다. 그 결과 견과류와 콩류로 대체했을 땐 치매 발생 위험이 19% 줄어들고 가금류로 바꿨을 땐 16%, 생선으로 대체했을 땐 28% 치매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가공육은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높인다”며 “가공육 대신 견과류, 생선, 가금류 등을 섭취하면 치매 위험이 줄어든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지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식이 가이드라인에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건강한 단백질 공급원과 식물성 대안 식품의 섭취를 늘리라는 내용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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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시행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가공육 섭취량은 하루 6g 수준으로 낮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0.25인분에 해당하는 21g의 가공육 섭취만으로도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뇌 건강을 기준으로 할 때 가공육 섭취량을 WHO 제시 기준 이상으로 엄격히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