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수묵별미’전 한국화단에 영향준 우창숴 작품 등 中 ‘국보급 수묵화’ 30여점 선봬 韓 수묵채색화 작품도 함께 소개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수묵채색화 148점이 한자리에 모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의 ‘수묵별미’전. 중국 국가문물국이 지정한 1∼3급 문물 작품 32점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모두 중국 국가미술관인 중국미술관 소장작들이다. 왼쪽부터 우창숴의 ‘구슬 빛’(1920년), 치바이스의 ‘연꽃과 원앙’(1955년), 쉬베이훙의 ‘전마’(1942년), 판제쯔의 ‘석굴 예술의 창조자’(1954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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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모양으로 웅크린 한 남성. 그 앞엔 쩍 갈라진 항아리가 있다. 자신을 가뒀던 항아리가 깨졌는데도 그대로 웅크린 이 사람. 그림 위엔 ‘4인방이 사라진 뒤에야 나 자신,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비웃으려 이 글을 쓴다’고 적혀 있다. 4인방이란 문화대혁명 때 권력을 장악했던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장칭, 왕훙원, 장춘차오, 야오원위안)들을 일컫는다.
랴오빙슝의 ‘자조’.
국립현대미술관이 중국 국가미술관인 중국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수묵별미’전은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수묵채색화 148점을 소개한다. 중국에서도 자주 공개하지 않는 국가 지정 ‘1급’ 작품 5점도 포함됐다. 다음 달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봐두면 좋을 작품들을 배 학예사와 꼽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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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숴(1844∼1927)는 치바이스, 자오즈첸과 함께 20세기 한국 화단이 많은 영향을 받은 작가다. 해당 작품은 등나무 줄기가 어지럽게 얽힌 모습을 리드미컬한 선과 화면 구성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해 작가의 호쾌하고 자유로운 개성이 듬뿍 묻어난다. 배 학예사는 “이응노의 ‘생맥’ 같은 추상화적인 작품이 수묵화 고유의 전개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짐작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했다.
② 쉬베이훙 ‘전마’
수묵화를 그리던 중국 작가들은 서양 회화를 접하며 해부학과 원근법에 바탕을 둔 표현 방식에 눈을 뜬다. 쉬베이훙은 중국에서 이런 ‘사실주의 운동’에 앞장선 작가다. ‘전마’는 전투마가 달리다 갑자기 옆을 보는 모습인데, 수묵화 특유의 선 그리기 방식과 번짐 기법이 서양화 표현 방식과 결합돼 현대인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③ 장다첸 ‘시구를 찾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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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판제쯔 ‘석굴 예술의 창조자’
중국 대학생의 채색화 공부에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한국이 채색화의 원류로 고구려 고분 벽화를 거론하는 것처럼 중국에선 돈황 석굴 벽화를 원류로 여긴다. 때문에 채색화 전통을 계승한다고 할 때 돈황 벽화를 따라 그리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그 장면 자체를 담고 있어 흥미롭다.
⑤ 첸쑹옌 ‘금수강남 풍요로운 땅’
중국에서 수묵화가들은 ‘문인’ 계급이었다. 때문에 문화대혁명 이후 한량 취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치바이스가 작가로 살아남고 블루칩으로 선전되는 건, 그가 목수 출신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첸쑹옌은 “우리 산수화도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경작이 이뤄지고 전기가 들어오며 풍요로워진 중국 땅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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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