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패러다임, 법/로레인 대스턴 지음·홍성욱, 황정하 옮김/464쪽·2만3000원·까치
독일 막스 플랑크 과학사 연구소의 명예소장인 미국의 저명 과학사학자가 ‘규칙(rule)’의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측정 및 계산의 도구로서의 규칙(알고리즘), 따라야 할 모델로서의 규칙(패러다임), 사회 통제와 관련된 법률(법) 등 세 가지로 나눠 규칙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규칙’의 ‘규(規)’ 자에 그림쇠(컴퍼스)라는 뜻이 있는 것처럼 규칙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 단어 ‘카논(kanon)’도 길이를 재는 도구인 ‘자’와 관계가 있다. 이 단어는 줄기가 꼿꼿해서 저울대나 막대 자로 쓰였던 식물 ‘물대’를 가리키는 셈족 언어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카논’에선 수학적 정확성, 복제를 위한 모델, 법령 등 세 가지 의미가 파생됐다고 한다. 카논에 해당하는 고대 라틴어 단어 ‘레굴라(regula)’는 “유지하고 지시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래서 영어 단어 ‘ruler’도 ‘자’와 ‘통치자’라는 뜻을 모두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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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