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가 꼽은 성과-인물 사이언스 ‘레나카파비르’ 주목… 혁신적 방식으로 HIV 감염 막아 네이처 과학계 10대 인물 선정… 42억년 전 달 화산활동 규명 등 중국 과학자 2명 이름 올려 주목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질병의 예방책을 마련한 연구 성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과학 성과로 꼽혔다.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 과학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 10명 중에는 중국인 과학자 2명이 이름을 올렸다. 기초의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과학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위세를 확인한 한 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 번 접종으로 6개월 에이즈 예방 ‘혁신’
한 번 맞으면 6개월 동안 질환을 예방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이 개발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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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길리어드가 출시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 선렌카. 길리어드 제공
레나카파비르가 전에 없는 탁월한 바이러스 보호 효능을 보여준 것은 기존 백신 개발 접근법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을 보호하는 단백질 껍질인 캡시드를 공략하는 데서 출발했다. 캡시드는 바이러스를 분해하는 효소 등으로부터 바이러스를 보호해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자가복제를 하는 것을 돕는다.
연구진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캡시드의 구조를 방해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레나카파비르는 캡시드와 강력하게 결합해 캡시드가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 캡시드가 보호하는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고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이 세포의 핵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고 감염과 증식을 막는다.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있는 효소에 주목한 기존 약물들과 달리 캡시드 자체를 표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백신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이언스는 “에이즈 고위험군의 감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며 “레나카파비르의 등장은 전 세계적으로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HIV와 에이즈를 줄이기 위한 중요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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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가 9일 발표한 ‘2024년 과학계 10대 인물’에는 2명의 중국인 과학자가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2011년부터 네이처가 발표하는 이른바 ‘네이처 10’은 그해 과학계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거나 과학기술계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 과학자를 선정한다.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달 뒷면에서 토양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 출처 중국 국가우주국
네이처10에 선정된 또 다른 중국 과학자는 쉬후지 중국 칭화대 의대 교수다. 쉬 교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관한 혁신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환자 자신의 세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세포를 사용해 키메라 항원 수용체-T(CAR-T) 치료제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면역세포인 T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형해 암세포나 감염세포를 공격하는 기존 CAR-T 치료제는 효과적이지만 환자 개인별로 치료제를 만들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쉬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로 CAR-T 세포를 교정해 다른 사람의 면역세포를 주입했을 때 나타나는 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면역치료제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네이처는 이 밖에 정확도 높은 원자핵 시계를 개발한 에케하르트 파이크 독일 국립 측정표준연구소 연구원, 제임스웹우주망원경 관측 데이터로 허블 상수를 계산한 웬디 프리드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확산을 예측한 플라시데 음발라 콩고공화국 국립 생의학연구소 연구원 등도 올해 과학계 주요 인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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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