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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손흥민’ 꿈꾸다… 7명에 새 삶 선물

입력 | 2024-05-14 03:00:00

진호승씨, 2년前 음주車에 치여 뇌사
심장-췌장-폐-신장 등 장기 기증
“유족 뒤늦게 용기 내 알리게 돼”



진호승 씨는 2022년 9월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후 뇌사 상태에서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진 씨가 고교 2학년 때 학교 유니폼을 입고 축구하는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제2의 손흥민’을 꿈꿨던 20대 청년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가 된 후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진호승 씨(사망 당시 22세)가 2022년 9월 2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심장과 췌장, 좌우 폐, 신장, 안구를 7명에게 기증했다고 밝혔다. 기증 당시 사연을 알리지 않았던 진 씨의 유족들은 최근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기증원을 통해 세상에 알리는 것에 동의했다.

진 씨는 수원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늘 먼저 다가가 도움을 주는 등 정이 많았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축구를 좋아해 손흥민 선수 같은 축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는 학창 시절 10년 넘게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고등학교 때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팀에서 뛰었으며, 고교 졸업 후 독일에서 1년간 유학 생활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진 씨는 숨지기 사흘 전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술에 취한 운전자 차량에 치였다.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진 씨의 부모는 아들이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기증원 관계자는 “유족은 7명에게 새 생명을 안겨준 진 씨의 삶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뒤늦게 용기를 내 언론에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 씨 어머니는 “얼마 전 아들이 꿈에 찾아와 ‘잘 지내고 있으니 엄마도 잘 지내라’며 안아줬다”며 “엄마도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하늘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 “정말 고마웠고 사랑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 실천을 통해 7명의 생명이 새로운 삶을 선물받았다”며 “기증자와 유족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