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재 대학 첫 2개과 동시 폐지 대학측 “수요 적은 비인기학과 정리”… 교수들 “단편 시각 막무가내 추진” 문과생 감소-무전공 선발 확대로… 인문학과 통폐합 가속 우려 커져
덕성여대가 내년부터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대표적인 외국어 학과인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가 동시에 폐지되는 건 처음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문과 소외 현상도 심해지면서 이처럼 인문대 학과를 없애거나 통폐합하는 사례가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 “AI로 수요 줄어” vs “단편적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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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에선 반발이 나왔다. 불어불문학과의 한 교수는 “AI 통·번역 기술이 발전해 두 학과가 필요 없어진다는 주장은 언어와 엮인 문화와 풍토를 무시한 단편적인 시각”이라며 “학교가 결국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대학 측이 평의원회를 지속해서 압박함으로써 개정 학칙을 통과시켜 학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며 평의원회에서 사퇴했다.
● 문과생 급감하고 ‘무전공 선발’ 늘어
정부의 무전공(전공 자율선택제) 선발 확대 정책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많다. 무전공 선발은 입학한 뒤 여러 전공을 탐색하다 2학년에 올라갈 때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확대되면 인문계열 비선호 학과는 중장기적으로 폐과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현장에선 팽배하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 총장은 “학생들 선택이 사회계열에선 경영학과, 자연계열에선 공학이나 반도체 관련 학과에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는 “그동안 인문계열 어문학과 등은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확정된 정원에 숨어서 생존해 왔던 게 사실”이라며 “학생들에게 무제한 전공 선택의 자유가 부여되면 선택받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을 해당 학과 교수들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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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