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화영 “검사가 檢출신 전관변호사 연결해 회유”…옥중 서신서 주장

입력 | 2024-04-22 15:45:00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옥중에서 작성한 자술서. 김광민 변호사 제공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구속돼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옥중 서신에서 검찰이 ‘고위직 검찰 전관 변호사’를 동원해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회유 당사자로 지목된 변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는 22일 김광민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자필 자술서에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수원지검 검사 연결로 만났다. 1313호실 검사 사적 공간에서 면담이 진행됐다”고 적었다.

그는 “해당 변호사는 검찰 고위직과 약속된 내용이라고 나를 설득했다. ‘김성태(전 쌍방울 회장)의 진술을 인정하고, 대북송금을 이재명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진술해주면 재판 중인 사건도 내게 유리하게 해주고 주변 수사를 멈출 것을 검찰에서 약속했다는 것”이라며 “해당 변호사와 검찰의 주선으로 몇 차례 더 면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사자로 지목된 A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이화영 변호인은 주임 검사의 주선으로 검찰 고위직 변호사가 검찰의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이화영을 회유·압박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진행된 이화영의 수사 및 재판 과정 어디에서도 위와 같은 주장이 나온 적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또 옥중 서신에서 “어느 날은 나와 김성태, 방용철(전 쌍방울 부회장), 검사, 수사관, 쌍방울 직원 등이 모여 소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했다. 1313호 영상녹화조사실에서 먹었다”며 ‘음주 회유’ 의혹을 언급했다.

그는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하자 연어회, 회덮밥, 국물 요리가 배달됐다. 흰 종이컵에 소주가 따라졌다. 나는 한 모금 입에 대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 김성태는 여러 잔을 마셨고, 얼굴이 불콰해졌다. 교도관 2~3인이 영상녹화조사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김성태의 붉어진 얼굴이 가라앉으면 가야 한다고 해서 검사와 수사관 등과 환담을 계속했다. 내가 먼저 가겠다고 해서 구치감으로 갔고 시간이 흐른 뒤 김성태, 방용철이 구치감으로 왔다”고 했다.

‘쌍방울그룹 뇌물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22년 9월 27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이 전 부지사는 “나는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서 김성태, 방용철 등을 만날 때마다 쌍방울 직원들을 봤다”며 “이들은 거의 매일 검찰청으로 와서 김성태, 방용철의 수발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1313호실 앞 ‘창고’라고 쓰인 공간에 모여있었다. 그곳에는 훈제 달걀, 과자, 커피, 각종 음료수가 쌓여있었다”며 “김성태가 짜장면을 먹고 싶다고 하면 짜장면이, 갈비탕을 먹고 싶다고 하면 갈비탕이 준비됐다. 김성태는 냄새나는 구치소에 있기 싫다며 거의 매일 검찰청으로 오후에 출정 나갔다. 오전에는 변호사 접견을 했다”고 했다.

아울러 “김성태, 방용철의 행태를 말리는 교도관과 ‘그냥 두라’고 방조하는 검사와의 충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제보에 의하면 1313호 진술녹화실에 CCTV 2대가 있다고 한다. 한 대는 진술녹화실 천장에 있고, 나머지 한 대는 안쪽 오른쪽 모서리 거울 뒤에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복도에만 CCTV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변호사는 검찰과 진실 공방을 벌인 ‘음주 회유’ 날짜에 대해선 “검찰은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이화영 주장을 선별해 반박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부당한 상황 개선을 위해 출정 기록 등 정보가 확보되기 전까지 날짜 등에 대해 반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5월 2일부터 6월 30일까지 중 27개 날짜를 특정해 제시하며 이 전 부지사 등의 출정 기록을 공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