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치동 마약음료 ‘필로폰 공급책’ 중국인 검거…“韓에 대량 공급 계획”

입력 | 2024-04-19 17:00:00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벌어진 이른바 ‘마약 음료’ 사건의 핵심 주범인 필로폰 공급책을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사건은 대치동 학원가에서 범죄 일당이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등의 기능을 내세운 신제품 출시 시음 행사를 빙자해 필로폰이 함유된 우유를 학생들에게 마시게 한 뒤 학부모에게 전화해 공갈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이 범행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그간 수사당국은 총책인 중국인 A 씨(38)의 행방을 쫓아왔다.

국정원에 따르면 A 씨는 우리 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밀입국해 은신하다가 이달 16일 붙잡혔다. 우리 당국은 A 씨의 국내 송환을 시도했지만 체포 현장에서 필로폰, 제조 설비 등이 발견돼 A 씨는 캄보디아법에 의거, 현지에서 처벌받게 됐다.

국정원은 올 1월 여행 가방에 필로폰 4㎏을 숨겨 캄보디아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다가 적발된 중국인 B 씨(34)의 배후를 추적하다가 A 씨의 행적을 포착했다. A 씨는 사건 이후에도 법망을 피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필로폰을 공급하고 있었다.

국정원은 지난달 현지 정보망을 통해 입수한 결정적 단서를 분석해 캄보디아 경찰에게 제공했다. 현지 경찰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잠복 수사에 나서 16일 프놈펜 중심가 빌라에 은신해있던 A 씨를 체포했다. A 씨의 은신처에서는 2만 3000여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700여 g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미국 드라마 등에서 영감을 얻어 본인만의 필로폰을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중국 및 한국에 해당 견본품을 공급해 시장 반응을 타진하고, 중국보다 반응이 좋은 한국에 대량 공급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A 씨를 검거하지 못했다면 대량의 마약이 밀반입돼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과 같은 신종 범죄에 쓰였을 것”이라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