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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셋, 어느 날 갑자기 둘째가 생겼다 [책의 향기]

입력 | 2024-04-13 01:40:00

◇어쩌다 노산/김하율 지음/204쪽·1만6800원·은행나무




‘나 이제 노산도 아니고 ‘노오산’인데. 어쩌지?’

43세에 계획에 없던 둘째를 임신한 저자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신간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장편소설이다. 첫아이를 나이 마흔에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가졌는데 생각도 안 했던 자연 임신이라니…. 기쁘기보단 당혹스러운 마음이 크다.

신간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작가와 같은 이름의 프리랜서 워킹맘 하율이 겪는 ‘노오산’의 순간을 웃프게 그려낸다. 하율은 임신으로 모든 강연 문의와 프로젝트 제안을 미루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둘째 태명을 ‘박사’로 짓는다. “너라도 박사를 하라”는 뜻이다. 첫째를 가졌을 때보다는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의 임신은 또 달랐다. 부작용을 걱정해 백신을 맞지 못한 하율의 유일한 취미는 아파트 지하 마트 구경. 그러나 백신 미접종자의 마트 출입마저 막혔을 때는 절망감이 밀려든다.

이런 시기를 버틴 하율은 무사히 둘째를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 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남편조차 입실이 불가능한 조리원에서 원고도 마감하고, 조리원 동기도 사귀는 그녀의 에너지는 ‘슈퍼우먼’에 가깝다. 하율은 ‘수유실에서 대화 금지’ 규칙을 들이대는 간호사를 피해 조리원 동기와 접선하는 순간을 ‘일제강점기의 이중 스파이가 된 느낌’이라고 묘사한다. 힘겨운 순간에도 책의 문장 곳곳에는 유쾌함과 꿋꿋함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노산의 기준은 35세. 그러나 30대 초반, 아니면 30대 중후반에 임신과 출산을 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늦은 나이에도 건강한 아이를 낳고 잘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나온 유의미한 책이다. 노산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웃음기 있지만 날카롭게 지적해 내는 저자의 시선이 돋보인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설렘과 좌충우돌 일상이 담긴 문장들은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가져보려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