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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시간 들여 670년전 불화 되살려낸 미대생…500만뷰 대박

입력 | 2024-04-11 11:44:00

대학 졸업작품 위해 10개월간 그림에 매진
불화 모작에 하루 8시간~12시간 투자했다
"한 번뿐인 졸업작품…억지로 그리긴 싫어"



ⓒ뉴시스


미술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이 졸업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담은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이 조회수 500만회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1일 유튜브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ARTUBE_불교미술’ 채널은 ‘어느 미대생의 2300시간 졸업작품’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은 게시 2주 만에 조회수 500만회를 돌파하고, 구독자 1만명을 모으는 등 소위 ‘떡상’(급격한 상승을 뜻하는 은어)했다.

해당 채널을 운영하는 동국대학교 불교미술학과 졸업생 김성문씨는 올해 졸업작품으로 1350년 회전(悔前)이 그린 미륵하생경변상도(彌勒下生經變相圖)를 모작했다. 불교미술전공은 불교미술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특수 분야로 창작보다는 모작을 원칙으로 한다.

김씨는 “원본이 고려시대 그림이니 화질도 안 좋아서 모작하기 좋은 여건이 안 됐다.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경전을 전부 읽고, 다른 작품도 찾아봤다. 공부 하면서 열심히 그린 그림이니 무작정 따라 그린 것은 아니다”며 “고려시대 미의 기준이 들어간 이목구비부터 풍경 묘사, 건물의 구조, 투시, 명암, 문양까지 전부 바꿨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스브스뉴스’ 채널을 통해 김씨는 지난해 1월 말부터 10개월가량을 졸업 작품에 매진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작업 시간을) 매일 달력에 적었다. 다 합산해 보니 2340시간이었다. (하루에) 적게 하면 8시간이고 많이 하면 12시간”이라며 “오해하는 분이 계시더라. (내 작품이) 트레이싱(그림을 투명한 종이 밑에 놓고 베끼는 것)했다고 하더라”고 속상함을 내비쳤다.

이어 준비 과정만 3개월이었던 작품의 디테일을 소개했다. 그는 “채색을 3개월 정도 했다. (미륵하생경변상도가) 고려시대 그림인데 특징이 (칠을) 여러 번 묽게 해서 약간 중후한 색을 내고, 채도가 낮은 느낌을 낸다”며 “(그 느낌을 내기 위해) 최소 5번에서 6번 정도 묽게 물감을 만들어서 중첩해 작업했다. 어느 일주일은 빨간색만(칠하거나), 어느 일주일은 초록색만. (칠하기도 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가로 140㎝, 세로 230㎝ 크기인 작품의 입체성을 위해 명암 작업에만 한 달을 쓸 정도로 몰두했다. 그가 모작한 작품에는 엄지손가락도 안 되는 작은 크기의 옷자락 속에 호랑이, 용, 토끼 등의 동물이 그려져 있다. 또 옷자락의 문양과 나뭇잎을 감싼 10개의 선, 수많은 격자무늬에는 200만원을 들여 실제 금을 사용했다.

졸업작품에 공을 들인 이유에 대해서는 “내 욕심이었다.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표현하고 싶었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졸업작품이고 작가로서 데뷔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이왕 그리는 거 최선을 다하고 미친 듯이 즐겨야지, 졸업을 위해 억지로 그리는 건 싫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오전 기준 576만회의 조회수를 넘기고 있는 김씨의 짧은 영상에는 9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심지어 문화재청 공식 유튜브 계정도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힘을 실었다.

누리꾼들은 “졸업작품이 아니라 복원 과정을 보는 것 같다”, “변태 같은(섬세한) 디테일을 만들기에는 2300시간이라는 작업량도 부족했을 텐데 대단하다”, “문화재 복원의 인재가 될 수도 있겠다”, “졸업작품이 졸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할 때 울컥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