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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獨-伊 “유럽, 이빨 드러내자”… 美-中 맞서 경제전략 공조

입력 | 2024-04-10 03:00:00

中 덤핑 공세-美 공급망 통제 대응
강도높은 보호무역 조치 도입 예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이 3자 회담을 열고 “유럽이 이빨을 드러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유럽의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이 저가 덤핑 공세로 전기차 등 전 세계 시장을 흔들고, 미국이 보조금 살포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것에 대비해 유럽 또한 강도 높은 보호무역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위 수출국인 유럽연합(EU)이 무역장벽을 높이면 한국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산업장관은 8일 파리 인근 뫼동에서 3자 회의를 열고 ‘공동 경제전략’을 논의했다. 이들은 AI 강화, 과도한 관료주의 해소, 기업 표준의 단순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AI, 반도체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하자고 합의했다.

르메르 장관은 특히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전기차 등 우리의 모든 제품이 경쟁 제품보다 더 비싸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유럽은 이빨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보조금 지급 등으로 과잉 생산한 제품을 ‘싼 가격’을 무기로 미국, 유럽 등에 헐값으로 수출하면서 유럽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차이나 쇼크 2.0’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서방 주요국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이날 파리에서 르메르 장관과 회동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프랑스산 브랜디에 대한 중국의 반덤핑 조사가 EU의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대한 보복 성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덤핑 조사는 특정 EU 회원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국내 업계의 신청으로 시작됐다”며 유화적으로 설득했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EU는 중국이 자국 전기차 업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사실로 판명되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중국 또한 올 1월부터 프랑스산 브랜디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왕 부장은 12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중국-이탈리아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한다. 그가 ‘차이나 쇼크 2.0’을 우려하는 유럽 주요국을 달래는 일종의 ‘회유 투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