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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 7곳중 6곳 바이든에 우세”… 트럼프 “불법이민자는 동물”

입력 | 2024-04-04 03:00:00

트럼프, 러스트벨트서 바이든 겨냥
“집권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기 서명”
바이든, 보수 강세 플로리다주 공략
“대법원이 폐기한 낙태권 복원할 것”



바이든

트럼프


‘바이든피바다 닷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잠정 후보로 정한 야당 공화당이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이런 이름의 웹사이트를 2일 개설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관용적인 이민 정책이 불법 이민자 급증을 불러와 미국을 범죄가 득실대는 ‘피바다(bloodbath)’로 만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한국 등 미국 밖에서는 이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어 사이트 내부 게시물을 볼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경합주지만 집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북부 미시간주, 위스콘신주를 찾아 불법 이민자를 또 ‘동물(animal)’로 칭했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플로리다주의 진보 성향 유권자를 공략했다. 그는 하루 전 플로리다 주 대법원이 임신 6주 차부터 중절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이 각각 상대방 텃밭의 표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이날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는 주요 경합주 7곳 중 6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소폭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 트럼프, 러스트벨트서 “국경은 피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쇠락한 공업지대(러스트벨트)로 꼽히는 두 주를 찾아 이민 정책 등에 관한 과격한 언사를 쏟아냈다.

그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지금까지 이런 국경 피바다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 이민자를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고 말하는 등 6차례나 ‘동물’을 언급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지난달에도 자신이 올 대선에서 패하면 ‘피바다’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해 “폭력을 조장하고 대선 불복 의사를 밝혔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성향이 강한 이 지역 자동차 노조의 표심을 잡기 위해 “재집권하면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기’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를 우대하면서 내연자동차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뜻이다.

공화당 내 일부 친(親)트럼프 성향 하원의원 6명은 수도 워싱턴의 덜레스 국제공항의 이름을 트럼프 국제공항으로 바꾸겠다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 공항은 1950년대 존 덜레스 국무장관의 이름을 땄다. 발의를 주도한 가이 레션탈러 의원은 “(트럼프는) 내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라는 낯간지러운 이유까지 댔다. 다만 당내에서조차 지지 여론이 높지 않아 의회 통과 가능성은 낮다.

● 바이든, ‘낙태권’으로 플로리다 겨냥

바이든 대통령은 주지사의 소속 정당, 주의회 다수당이 모두 공화당인 플로리다 주 대법원이 임신 초기인 6주 차부터 중절을 금하는 결정을 내리자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일 성명을 통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여성의 의료 접근권을 박탈하는 더 극단적인 법안을 만들도록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이 폐기한 낙태권을 행정명령 등을 통해 복원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플로리다가 미 50개 주 중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보유 수가 세 번째로 많고, 2012년 대선을 마지막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WSJ 조사에 따르면 7개 경합주의 여론조사 결과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 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양자, 다자 대결 모두에서 2∼8%포인트 차로 앞섰다. 오직 위스콘신주에서만 바이든 대통령이 다자 대결에서 3%포인트 차로 앞섰다. 양자 대결에서는 지지율이 같았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