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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 형제’ 무공훈장, 73년만에 유족 품으로

입력 | 2024-04-02 03:00:00

6·25때 전사한 이형곤-영곤 형제
軍조사단 기록 발견해 동생에 전달
“고인 된 두 형님 훈장 받게 돼 영광”



한기성 육군 25사단장(왼쪽)이 1일 부대 연병장에서 6·25전쟁 때 전사한 이형곤 이등상사의 동생인 이정곤 옹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전수하고 있다. 육군 제공


6·25전쟁에서 공산군과 싸우다 8개월 차이로 잇따라 전사한 ‘형제 국군용사’의 무공훈장이 73년 만에 유족에게 전달됐다.

육군은 1일 경기 양주시에 있는 25사단에서 이형곤 이등상사(지금의 중사에 해당)와 이영곤 일병 형제에 대한 무공훈장 전수식을 개최했다. 이날 전수식에는 유족과 고태남 육군 인사사령관(소장), 장병 200여 명이 참석해 호국영웅 형제의 헌신과 희생을 기렸다.

이 상사와 이 일병은 경기 파주시에서 5남 1녀 중 장남과 3남으로 각각 태어났다. 이 상사는 1948년 6월에 입대했다가 6·25전쟁이 발발하자 수도사단 기갑연대 소속으로 참전했지만 1951년 3월 평창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형이 전사한 지 불과 7개월 만인 1951년 10월에는 이 일병도 입대해 2사단 17연대에 배치됐다. 이 일병은 불과 한 달여 만인 그해 11월 강원 금화지구 전투에서 적군과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두 형제가 8개월 차이로 연이어 조국에 목숨을 바친 것.

당시 군은 이들 형제의 전공을 인정해 화랑무공훈장 수여를 결정했지만 급박한 전쟁 상황이 이어져 실물 훈장은 전달되지 못했다. 그렇게 ‘가(假)수여증’만 부여된 채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두 형제의 위국헌신의 기억도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육군의 ‘6·25전쟁 무공훈장 찾아주기 조사단’이 파주시에서 보관하고 있던 이 상사의 구(舊)제적등본 기록을 발견하면서 상황이 급진전했다. 해당 부대가 보관 중이던 무공훈장 가수여증 등 병적 기록과 제적등본을 대조한 결과 두 형제의 전사와 무공훈장 서훈 기록이 공식 확인된 것. 또 이 상사와 이 일병은 물론 다른 형제 한 명이 참전했다는 사실 역시 이번에 새로 밝혀졌다고 육군은 전했다. 5남 중 3형제가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것.

육군은 이날 5남 1녀 중 다섯째 아들인 이정곤 옹(81)에게 훈장을 전달했다. 이 옹은 베트남전 참전용사다. 이 옹은 “비록 고인이 되셨지만 두 분 형님의 훈장을 받을 수 있어 영광스럽다”며 “형님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도록 힘든 과정을 거쳐 훈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육군은 “아직 찾지 못한 3만여 명의 무공훈장 수훈자들도 끝까지 찾아 그분들의 값진 희생을 기리고 예우할 것”이라고 했다.

육군 6·25 무공훈장 찾아주기 조사단은 2019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실물 훈장과 증서를 받지 못한 무공훈장 수훈자 17만9000여 명 가운데 14만9000여 명을 찾아 훈장을 전달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