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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수-배전반 사업 주축… ‘부스덕트’ 개발로 중장기 성장 모멘텀 마련

입력 | 2024-04-01 03:00:00

한광전기공업㈜




한광전기공업㈜은 수·배전기 관련 사업을 기반으로 중전기 분야에서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업계 장수 기업이다. 사진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한광전기공업 본사 전경. 한광전기공업 제공

한광전기공업㈜

한광전기공업㈜은 1960년 창립 이래 수·배전기 관련 사업을 기반으로 중전기 분야에서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업계 장수 기업이다. 그린에너지 제품군 MCC(모터컨트롤센터)와 MCSG(금속폐쇄배전반), IT 접목 제품, 차단기, 개폐기 등을 개발하며 한국 전기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영구자석형 MC를 적용한 MCC와 친환경 가스절연 배전반(E-GIS)을 개발해 기술개발에 기반을 둔 기업임을 알 수 있다. 회사는 임직원 150여 명과 함께 750억 원 규모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러 개발 제품 중 ‘저압 및 중압의 자동 절체 스위치·차단기’와 국내 최초로 광섬유 초음파를 이용한 ‘아크 감지 및 온도 센서’ 등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또한 수·배전반뿐만 아니라 부품 산업 및 센서 산업 분야에 이어 전선을 대체한 전력 공급 장치인 ‘부스덕트’ 개발도 눈에 띄는 성과다.

1999년 중국 합자회사 무석한광전기를 설립해 수·배전반 및 자동 절체 스위치를 중국에 공급하며 활발한 해외 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속적인 사업 확장 통해 경쟁력 확보

한광전기공업의 부스덕트 설치 사진.

한광전기공업 유기현 대표는 제조업 역량을 기반으로 대기업과도 제품 경쟁에 나서면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 대표는 “대기업이 여러 아이템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지만 우리도 국내외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제품 고급화와 다각화를 모두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배전반 고급화를 통해 시장을 확보한 것을 주요 성과로 언급했다. 유 대표는 “어떤 사람은 수·배전반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업종이라 폄하하기도 하는데 고급화되면 결코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한 가운데 시장의 니즈에 발맞춰 제품 고급화에 성공한 덕분에 매출도 크게 상승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광전기공업이 고급화 전략을 통해 시장에 선보여 호평받은 제품이 바로 비상전원절체스위치(ATS)와 자동절체브레이커(ATB)다. 정전 시 자동으로 비상용 발전 전원으로 바꿔주는 장치로 유 대표가 20년 전 직접 개발한 품목이기도 하다. 해당 제품은 두 개의 차단기를 복합해 만든 제품으로서 정전으로 인한 전력 공급 중단 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병원, 공항, 방송사 등 주요 기간 시설에 비상전력 장치를 가동해 무정전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 회사가 최근 관심을 높여가는 분야는 ‘부스덕트’다. 이는 전력 소비가 많은 대형 빌딩, 공장 등에서 전력 전송에 필요한 케이블 대신 절연된 부스바를 금속제 외함에 적용한 제품이다. 주로 발전소, 변전소, 공장, 빌딩의 전기실에 설치되며 변압기와 배전반, 배전반 상호 간의 전로에 사용된다.

증설과 이설이 쉽고 부스바의 전력 배선상에 이상이나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복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한광전기공업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 대표는 “당사의 부스덕트는 통신 케이블 포설이 가능한 제품이며 외함 자체가 방열판 구조로 돼 있어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IP(방수 방진) 등급 향상과 발염 감소 효과를 지니는 구조로 개발됐다고 덧붙였다. 부스덕트에서는 발생하는 열이 문제가 되는데 광센서를 이용해 온도를 감지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 점도 차별화된 강점이다.

부스덕트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부인 조인트 블록의 접촉면을 최대로 확장한 점도 특징이다. 연결 시 조임 볼트가 중앙에 위치할 경우 연결 부분의 홀 크기가 커지고 와류 손실이 생겨 열이 발생하는데 조인트 블록의 접촉면을 최대로 확장해 이를 개선한 신개념 조인트 블록 기술을 개발했다.

유 대표는 부스덕트로 해외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그는 “미국보다는 중동과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접촉 불량이 났을 때 대형 화재 사고가 나기도 한다. 그걸 열화 현상이라 하는데 기존 열화 감지 시스템에 우리가 개발한 광섬유 기술을 이용한 센서 열화 감지 장치를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관공서 진입을 위한 조달우수제품, NEP(신제품) 인증을 3월 중에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등 해외 사업 확장도


한광전기공업은 해외영업부를 두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필리핀, 태국, 엘살바도르 등에 진출해 자동 절체 스위치·브레이커를 수출해왔다. 특히 새로운 시장으로 인도네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전력망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섬이 많아 각각의 섬이 작은 IPP(독립 발전소)로 구성돼 있다. 발전을 위한 연료(중유, 경유, 석탄) 공급 및 환경 문제가 예상돼 친환경 IPP 사업도 검토 중이다. 회사는 인도네시아의 작은 IPP 플랜트에는 직접 참여할 수도 있어 투자 기회도 많다는 분석이다.

유 대표는 “주 고객사가 반도체 업종에 있다 보니 반도체 시황에 따라 회사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부스덕트, 광섬유 무선 열화 감지 장치 등 신기술을 이용한 제품의 출시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려 노력하고 있고 자체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수·배전반 업체로서는 드물게 판금, 금형, 도장 설비를 직접 갖추고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 품질을 더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수·배전반의 품질을 더 높이는 것이 지속 성장의 키포인트다. 우리가 대기업보다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고객사의 애로 사항을 직접 해결해 주고 불편한 점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ESG 경영 등 흐름 맞춰 100년 준비”




유기현 한광전기공업㈜ 대표 인터뷰




유기현 대표

한광전기공업 유기현 대표는 1960년대 부친이 청계천에서 미군부대에서 나온 부품을 활용해 회사의 전신인 ‘한광전기제작소’를 창업한 것을 언급하며 지금의 회사가 있기까지 결코 쉬운 길은 단 한 번도 걷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대 회장께서 ‘한국의 빛’이라는 회사 이름과 ‘인화, 창의, 노력’을 사훈으로 직접 지으셨다. 예전엔 다소 촌스럽고 틀에 박힌 것 같다고 여겼었는데 돌이켜 보면 우리 회사의 경쟁력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철학이라 생각한다. 60여 년 전에 만든 사훈은 최근의 화두인 서번트 리더십, ESG 경영 등과 결국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유 대표는 “저가 시장은 지양하고 가치 있는 시장을 열고 싶다. 당장 이윤을 얻는 것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할 것이다”라며 “중소기업을 위한 많은 지원과 제도가 있지만 이에 의존하다 보면 오히려 자립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전기산업은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라면서 시장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시험비(타입 테스트)만 10억 원가량 드는 힘겨운 시장이다. 그러나 80% 이상의 무역의존도를 보이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주 52시간, 최저임금 등 어려운 점이 많지만 어찌 됐든 사람이 우선이라는 경영 철학으로 100년 기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막대한 시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처럼 라운드가 자꾸 바뀌어가는 걸 느낀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인건비 등 직간접 비용 상승으로 해마다 경쟁력이 약화돼 도태할 위험이 커졌다”라며 투자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지속 성장을 위한 기술개발은 포기할 수 없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시장이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고, 현대·기아차가 독일의 유수 자동차 기업들을 높은 속도로 따라잡고 있듯이 각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장을 리딩하는 글로벌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에 편입돼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재편되는 것 같다. 우리도 기존의 잘하는 분야 말고도 끊임없이 사업 확장을 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유 대표는 올해 2월 학교법인 오산학원의 18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서울 성동구상공회 제9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교육 환경 개선과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