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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27년만의 ‘투톱체제’ 초강수… 게임사 잇단 수장 교체

입력 | 2024-03-21 03:00:00

인수합병 전문가 박병무 영입해
김택진과 공동대표… 효율화 나설듯
“AI 빅테크와 협업, 제작기간 줄일것”
넥슨-카카오 등 대표 교체 나서



엔씨소프트가 창사 이후 27년간 이어지던 김택진 대표 단독 체제를 끝낸다. 김택진 대표(왼쪽)와 박병무 대표 내정자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동대표 체제하에서의 경영 청사진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 제공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실적으로 2022년 매출 기준 3위에서 지난해 4위까지 추락한 엔씨소프트가 위기 극복을 위해 새 대표를 영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27년간 이어져 온 김택진 창업자의 단독대표 체제를 끝내고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뿐만 아니라 침체 상황에 빠져 있는 다른 게임사들도 수장 교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일 김택진, 박병무 공동대표 체제 출범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지금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라면서 “공동대표 체제는 살아남기 위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게임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75% 감소하는 등 수익성 악화에 빠졌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현재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EA 등 세계적인 게임사들도 스튜디오를 폐쇄하는 등 성장이 멈췄다”면서 “엔씨소프트도 신작의 국내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신뢰가 많이 손상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위기 극복을 위해 김 대표는 게임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대표 내정자는 경영 효율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 체제하에서 구조조정 등 경영구조 개편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박 내정자가 인수합병(M&A) 전문가란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엔씨소프트가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박 내정자는 “사내 여러 전문가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이미 구성했다”면서 “여러 잠재적인 타깃을 대상으로 검토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내정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라이브서비스 종료, 인력 감축 및 분사 등의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미 시작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중복된 기능을 효율화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야구단 매각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여러 긍정적 측면을 고려해 매각하지 않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인공지능(AI)을 통한 게임 제작 효율화 방침도 밝혔다. 김 대표는 “최근 게임사들은 엄청난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새로운 AI 기술을 게임 제작에 도입해 제작 기간을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I와 관련해 글로벌 빅테크와 새로운 협업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와 비슷한 경영 위기에 봉착한 국내 다른 게임사들도 잇달아 수장을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넷마블은 법무 전문가인 김병규 부사장을 대표로 내정하며 권영식-김병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권 대표가 사업총괄을, 김 내정자는 경영과 대외 리스크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중국 게임시장 전문가인 한상우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대표로 내정하며 글로벌 확장으로 수익성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게임사 중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는 넥슨코리아도 수장 교체를 단행한다. 이정헌 대표가 일본법인 신임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게임 디렉터 출신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COO), 언론인 출신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대표에 올라 투톱 체제로 전환한다. 본업인 게임 운영 내실화와 위기 관리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