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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사라진 자리, 월배당 ETF로 메워볼까?[김동엽의 금퇴 이야기]

입력 | 2024-03-17 23:24:00


“퇴직하고 나니 다달이 받던 월급이 가장 아쉽습니다.”

은퇴자가 당면한 과제는 직장에서 받던 월급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최근 매달 분배금을 주는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을 갖는 퇴직자가 늘고 있다. 그동안 모아둔 노후자금과 퇴직급여를 ETF에 투자하고 매달 분배금을 받아 생활하려는 것이다.

분배금은 ETF에 편입된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배당, 임대료, 프리미엄 같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주식형 ETF는 1년에 서너 번, 그 밖의 ETF는 1년에 한 번 정도 분배금을 지급한다.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는 ETF도 있다. 반면 월배당 ETF는 매달 분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은퇴자가 월급을 대신해 생활비 재원으로 활용하기 좋다. 월배당 ETF가 처음 국내 증시에 상장된 건 2022년 6월로 2년이 채 안 됐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2월 말 기준 46개 종목이 상장돼 있고, 상장 종목 시가총액이 5조608억 원이나 된다. 이 같은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대규모 퇴직이 본격화되고 있고, 이들이 월급을 대신하고 국민연금을 보완할 소득원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월배당 ETF를 선택할 때는 당장 눈에 보이는 분배금 규모만 보지 말고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그러려면 분배금 재원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당장 분배금을 많이 준다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월배당 ETF의 기초자산과 분배금 재원, 투자할 때 유의사항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① 배당주에 투자하는 ETF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월배당 ETF 중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많다.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에 상장된 월배당 ETF 46개 중 18개가 배당주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월배당 ETF 순자산(5조608억 원) 중 48.7%(2조4653억 원)가 배당주에 투자되고 있다. 월배당 ETF가 분배금을 많이 지급하려면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의 주식을 기초자산에 편입해야 한다. 하지만 배당을 많이 준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배당을 많이 지급하는 만큼 성장에 투자할 여력은 줄어들고, 상승장에서 대표 지수에 비해 상승 폭이 저조할 수 있다. 배당주에 투자하는 ETF를 고를 때는 기초자산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오랜 기간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고 있고, 매년 배당금을 늘려 왔는지,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② 커버드콜 전략을 구사하는 ETF

최근 월배당 ETF 중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은 커버드콜(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옵션을 통해 주가 하락 위험 방지)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다른 ETF에 비해 분배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올 2월 말 기준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는 ETF는 12개가 상장돼 있는데, 이 가운데 연 12%의 분배율을 제시하는 것도 있다. 커버드콜 전략은 주식 또는 채권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방법으로 실행한다. 콜옵션 매수자는 만기일 또는 만기일이 도래하기 전에 기초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다. 그 대신 콜옵션 매도자에게 일정한 프리미엄(수수료)을 지급해야 한다.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는 ETF는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과 함께 기초자산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 수입을 재원으로 분배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이 얼마나 되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분배금에서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이 차지하는 비중도 살펴야 한다.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을 챙기는 대신에 기초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 중 일부는 포기해야 한다. 옵션 매도 프리미엄보다 기초자산 가격이 더 크게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③ 리츠에 투자하는 ETF

부동산 임대수익을 바란다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하는 ETF를 고려해볼 만하다.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리츠 ETF를 활용해 간접투자 하면 다양한 혜택이 있다. 실물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거액이 필요하지만 리츠 ETF는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세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면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 부담이 크다. 하지만 국내 상장 ETF에서 발생한 매매차익은 과세하지 않는다. 이처럼 ETF를 활용해 부동산에 투자하면 다양한 혜택이 있지만 부동산 투자가 갖는 고유의 위험을 전부 피할 수는 없다. 투자 부동산에서 공실이 발생하면 임대수익은 줄어들고, 공실이 장기화되면 리츠와 ETF 가격도 하락하게 된다. 그리고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이자 비용이 늘어나 리츠 배당이 줄어들고, ETF 분배금도 줄어들게 된다.

④ 채권에 투자하는 ETF

안정적으로 분배금 재원을 확보하고 싶다면 채권에 투자하는 월배당 ETF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채권은 발행부터 만기까지 현금 흐름이 확정돼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채권 투자 월배당 ETF는 9개이고, 순자산 규모는 1조2526억 원으로 전체 월배당 ETF 순자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 대상 채권은 미국 투자등급 채권에서부터 금융채, 하이일드 채권까지 다양하다. 최근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는 월배당형 ETF도 출시됐다.

채권형 ETF에 투자할 때는 금리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상승해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해 자본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채와 하이일드 채권을 편입한 ETF에 투자하는 경우 분배금은 더 받을 수 있겠지만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만기까지 보유하면 예금처럼 손실 없이 원금과 이자를 수령할 수 있는 만기 매칭형 ETF도 월배당 상품으로 출시돼 있다.

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멀티애셋 ETF


멀티애셋 ETF 중에도 매달 분배금을 주는 상품이 2개나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다. 멀티애셋 월배당 ETF는 배당주, 리츠,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한다. 그리고 해당 자산에서 발생한 배당, 이자, 임대료 등의 수입을 분배금으로 지급한다. 따라서 분산 투자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