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 BPA 물류센터 르포 운송 4, 5주 늦어지며 기업 타격… 공장 재고율 70%→52%로 ‘뚝’ 항공 등 찾다 보니 비용 늘어 ‘한숨’… 개인들도 운송 지연으로 큰 불편 “이삿짐 도착 늦어져 바닥에서 잠”… 카르푸 등 유럽 기업들도 대책 촉구
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 내 위치한 부산항만공사(BPA) 물류센터 내부. 지난해 말 시작된 ’홍해 물류 대란’으로 부산항에서 출발하는 제품 운송이 지연되며 70%로 유지되던 재고율이 52%로 떨어졌다. 이곳에 보관된 제품들은 차량, 선박, 기차 등을 이용해 유럽 전역으로 전달된다. 로테르담=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홍해 사태로 물류 재고가 절반으로 떨어졌어요. 운송이 계속 딜레이(연기)되니까 값비싼 항공으로 원자재를 나르는 국내 회사들도 생겼습니다.”
5일(현지 시간) 유럽 최대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 내 위치한 부산항만공사(BPA) 물류센터. 신진선 BPA 로테르담법인장은 물류센터의 내부 상황을 보여주며 “홍해 사태로 2주가량 운송이 늦어질 줄 알았는데 사태가 심화돼 4, 5주 이상 늦어져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크다”고 덧붙였다.
● 홍해 사태에 재고율 70%→52% 하락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도 운송 지연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6일 로테르담에서 만난 HMM 네덜란드 신규 주재원은 “홍해 사태로 이삿짐이 늦어져 아직까지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했다. 약 3개월 전 발령을 받고 컨테이너 안에 침대와 가구 등 살림살이를 모두 실었는데 도착이 늦어지면서 살림살이 없는 집에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홍해 사태가 장기화되면 해상을 통한 수출이 지배적인 한국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한국 전체 수출입 물량 99.7%는 해운이 맡고 있다. 한국발 해상운임(KCCI)은 지난해 10월 대비 2월 말 기준 250.1% 상승했다. 화주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납기 지연의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반면 중국은 내륙철도(TCR) 등 대체로가 확보돼 있다. 사태가 계속될수록 유럽 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 유럽 국가들도 대책 마련 분주
유럽의 주요 기업들도 홍해 사태의 공급망 차질을 해결할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H&M, 카르푸, 테스코 등 유럽연합(EU) 소매기업 단체인 ‘유로커머스’는 EU 집행부에 “운송 지연 장기화로 기업들의 인건비와 연료비 상승뿐만 아니라 소비자까지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 가용 선복량은 과거 52주 평균 대비 57.3%로 하락한 상황이다.
로테르담=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