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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가격, 阿 흉작에 1년새 3배로… 값싼 초콜릿 시대 저문다 [딥다이브]

입력 | 2024-03-14 03:00:00

이상기후-전염병 겹쳐 작황 부진
“생산 정상화에 최소 5년 걸릴 것”
글로벌 업체들 초콜릿값 인상 예고
전문가 “가격상승세 더 이어질 것”



서아프리카 지역의 작황 부진으로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가격이 치솟고 있다. 게티이미지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의 작황 부진으로 인한 공급 쇼크 탓이다. 글로벌 제과업체는 줄줄이 초콜릿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값싼 초콜릿 시대가 저물어간다.

● 카카오 가격, 1년 새 3배로 뛰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카카오 선물 가격(5월 인도분)은 t당 7974달러. 지난달 초 사상 처음 t당 5000달러를 넘어섰는데, 이제 8000달러가 코앞이다. 올해 들어 가격이 91%, 1년 전과 비교하면 205% 급등했다.

카카오 가격이 오름세를 탄 건 지난해부터. 최근 헤지펀드까지 가세하면서 오름폭을 더 키웠다. 씨티그룹은 “카카오 가격이 1만 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제과업계는 비상이다. 비용 압박이 커지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미국 허쉬의 마이클 벅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카카오 가격 상승으로 올해 수익 성장이 제한될 것”이라며 “제품 가격 조정을 포함한 모든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오레오로 유명한 몬덜리즈의 디르크 판더퓟 CEO 역시 지난달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올해도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검은 꼬투리병과 엘니뇨의 습격

카카오 가격의 기록적인 급등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심각한 공급 부족 탓이다. 세계 1, 2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카카오 수확량은 1년 전보다 30% 넘게 급감했다. 두 나라는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카카오 흉작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상기후와 전염병이다. 지난해 여름 이 지역은 카카오나무에 치명적인 곰팡이병인 ‘검은 꼬투리병’이 농장을 휩쓸었다. 장마 기간 평년의 두 배에 달하는 비가 퍼부어 물난리를 겪은 탓이다. 이어 겨울엔 엘니뇨가 닥쳤다.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남은 카카오나무까지 시들게 했다.

내다 팔 카카오가 부족하다 보니 카카오 가격이 치솟아도 이들 수출국엔 돌아오는 게 없다. 보통 카카오는 공급 시점보다 12개월 앞서 수출계약을 맺는데,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이번 시즌 선도계약 판매를 중단했다. 작황 부진으로 기존 계약 물량마저 채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 투자하기엔 너무 가난한 농부들

국제카카오기구는 “현재 진행 중인 공급 부족 사태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그 구조적 문제의 중심엔 가난한 카카오 농부들이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약 100만 명, 가나는 80만 명의 소규모 자작농이 카카오를 재배한다. 연구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민 중 56%, 가나는 58%가 세계은행 절대빈곤선(하루 소득 1.9달러) 이하에 머문다.

카카오나무는 한번 검은 꼬투리병에 걸리면 되살릴 길이 없다. 미리 병충해와 기후변화에 취약한 수십 년 된 늙은 나무를 뽑아내고, 병에 강한 신품종으로 대체해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만약 감염됐다면 병든 나무를 얼른 잘라내고, 살균제를 뿌리고, 새 묘목을 심는 것만이 방법이다.

그러나 가난한 농부들은 묘목이나 살균제, 비료를 살 돈이 없다. 예방은커녕 복구도 불가능하다. 가나의 한 카카오 농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카카오 농사를 시작한 이래 농장이 이렇게 심하게 공격당한 건 처음”이라며 “내가 벌어들이는 돈은 농장에 다시 투자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 수년간 이어질 공급 부족

카카오는 두 나라 수출의 30∼40%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양국 정부는 뒤늦게 카카오 농장 재건에 나섰지만 쉽지 않다. 가나 카카오위원회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생산을 정상화하는 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콰도르, 브라질 같은 남미의 카카오 생산국은 이를 기회 삼아 카카오 재배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려면 3년이 걸린다. 앞으로 수년 동안 전 세계 카카오 공급이 부족할 거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 가격 상승세가 더 이어질 거라고 본다. ING의 워런 패터슨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카카오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시장이 균형을 되찾기엔 충분치 않다”면서 “상당한 수요 감소가 나타나는 수준까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