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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 겉모습부터 마음까지 사람과 닮아간다

입력 | 2024-03-09 01:40:00

[위클리 리포트] 국내외 주요 기업 인공지능 로봇 대전
삼성-LG, 가족 돌봄 반려로봇 출시… “감정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AI 학습”
현관 마중 나오는 등 사람과 교감… 사람 닮은 휴머노이드 연구도 줄이어
현대차, 현존 최고수준 로봇 기술 보유… 테슬라는 대량생산에 초점 맞춰 개발
최근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 투자 늘어… 2030년엔 245조 원 규모로 성장 전망




《심부름도 하는 ‘똘똘한 AI로봇’


“심부름도 하고 가족을 돌보며 감정치유도 해주는 만능 로봇.” 상상 속에서나 그렸던 로봇이 현실이 되고 있다. 로봇이 인공지능(AI)을 만나면서다. ‘잘 만든 로봇 하나가 열 사람 부럽지 않은 시대’를 선점하려는 빅테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인공지능(AI) 집사 로봇’ 맞대결이 이목을 끌었다. 삼성은 ‘볼리’, LG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각각 선보였다.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때로는 반려동물처럼, 때로는 집사나 비서 역할을 하는 신기한 로봇의 등장을 두고 한 관람객은 “AI 로봇 대전(大戰)’의 서막을 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사 수장들도 로봇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이 성장 물살을 탈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로봇 시장은 5년 내 명확한 미래가 될 것”이라며 “로봇은 새롭게 집중할 영역이다. 발전 방향을 주시하고 지분 투자,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태동은 로봇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과거엔 로봇을 움직이려면 일일이 프로그래밍을 해야 했다. 물을 담은 컵을 가져오게 하려면 로봇을 움직여 컵을 집어 들게 하고, 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명령어를 넣어야 했다. 하지만 AI가 본격적으로 사물에 적용되면서 인간이 추상적으로 말을 해도 로봇이 명령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 로봇’부터 사람과 비슷한 외형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까지, 생명체를 닮아가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AI가 나오면서 인간의 언어로 명령만 내려도 로봇이 움직이는 세상이 왔다”며 “인간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잘 받아들이게 되면서 ‘사람 같은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초등학생 자녀보다 똘똘하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AI 반려 로봇 ‘볼리’는 사용자 대신 여러 작업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 구성원을 돌봐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고객과 감정적 소통을 하는 ‘공감 로봇’의 역할까지도 해낸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CES 2024에서 볼리와 함께하는 미래 생활 모습을 공개했다. 둥근 공 모양에 바퀴가 달린 볼리는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지시에 따라 다양한 작업을 수행했다. 날씨를 물어봐도, 뉴스를 물어봐도 척척 대답을 했다. 오늘의 일정을 물어봤더니 “결혼기념일을 잊지 말라”고 알려줬다. 중요한 일정을 놓칠 뻔한 주인은 볼리에게 꽃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볼리는 근처 꽃집을 찾아 전화까지 연결해 줬다. 만찬을 위한 요리 레시피도 추천해 줬다.

볼리는 가족 돌봄 역할도 한다. 반려동물이나 아이의 건강 상태 등을 모니터링한다. 집 밖에 누가 왔는지도 살펴준다. CES 2024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초등학생 자녀보다 더 똘똘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LG전자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가사 노동 해방을 목표로 만능 가사 생활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는 AI 반려 로봇이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로 맞불을 놨다. 두 다리에 달린 바퀴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음성과 음향, 이미지 등으로 정보를 습득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주변 상태를 파악해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한다.

특히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AI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MS의 음성 인식 기술 기반의 ‘애저 AI 스피치 서비스’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사용자의 음성을 구별하고 억양이나 불분명한 발음, 구어체 표현도 알아듣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세탁이나 음식이 끝났음을 알려준다. 만약 세탁물을 바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임을 감지하면 ‘구김 방지 기능’을 제안해 준다. AI 에이전트는 교감능력도 갖췄다. 반려동물이나 가족 돌봄은 물론이고 현관 앞으로 마중을 나와 사용자를 반갑게 반겨 준다. 사용자의 목소리나 표정 등을 파악해 분위기에 맞는 음악도 틀어준다. 특정 시간에 약을 먹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볼리에 관심이 많다. 이 회장은 최근 볼리 시연을 본 뒤 갤럭시 웨어러블 제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 (볼리에) 독거노인을 위한 기능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AI를 탑재한 로봇들은 사용자에 맞게 점점 진화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AI 학습 기능 때문이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은 더 잘하고,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 로봇으로 커가는 것이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반려 로봇은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동반자 역할로 발전할 것”이라며 “로봇이 AI 학습을 통해 진화해 가면서 동시에 감정이 있는 생명체로 느껴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머스크도 푹 빠진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는 전 모델보다 보행 속도가 30% 빨라졌고 무게도 10kg 줄었다. 손가락 촉각 감지 및 섬세한 물체 조작 등 움직임과 성능이 한층 개선됐다. 테슬라 제공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포문을 연 인물이다. 머스크 CEO는 2022년 9월 열린 ‘테슬라 AI 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모습이었고, 양팔을 접었다 펴거나 손을 흔드는 등 기초 수준의 동작만 했다.

하지만 옵티머스 2세대 모델은 확연히 진화했다. 머스크 CEO는 최근 옵티머스 2세대 모델이 연구실에서 혼자 걸어 다니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올렸다. 걸음걸이가 사람처럼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옵티머스 2세대는 첫 공개 당시의 1세대보다 30%가량 빠른 속도로 걷고, 다섯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무릎을 90도로 꿇기도 하고 계란을 손가락으로 집어 올려 냄비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춤까지 출 줄 아는 로봇으로 불과 1년 반 만에 일취월장했다.

옵티머스가 특히 주목을 받는 건 AI를 탑재한 로봇이면서 대량 양산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 CEO는 2022년 테슬라 AI 데이에서 “로봇이 풍요롭고 빈곤이 없는 미래를 만들 것이다. 옵티머스 수백만 대를 양산할 것이며, 3∼5년 이내에 2만 달러(약 2600만 원) 이하로 주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2600만 원짜리 똑똑한 로봇이 24시간 인간을 대체해 일하고 있는 공장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가 로봇으로 수익을 챙기기보다는 대량 생산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머스크 CEO가 로봇 분야 경쟁업체인 ‘피규어 AI’를 의식해 옵티머스 영상을 올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피규어 AI는 2022년 테슬라와 미국 로봇 전문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3월 ‘피규어 01’이라는 로봇을 선보였다. 피규어 01은 사람과 비슷한 크기와 비율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과 비슷한 움직임과 상호 작용도 가능하게 개발 중이다. 옵티머스처럼 인간 노동을 대체할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피규어 AI는 올해 안에 독일 BMW의 미국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피규어 AI에 각각 1억 달러와 5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MS와 ‘챗GPT’ 개발사 오픈AI, LG이노텍과 삼성전자 등도 수백만∼수천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규어 AI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자 머스크는 치열한 로봇 경쟁을 암시하는 듯 SNS에 “덤벼라(Bring it on)”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로봇이 인간과 상호 작용하고 작업하는 방법에 대한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함에 따라 투자자들로부터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가 2021년 인수한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뒤)와 로봇 개 ‘스팟’(앞). 스팟은 산업 현장에 투입돼 데이터 수집 및 시설 점검 역할을 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현재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휴머노이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자동차 제공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2021년 약 9600억 원을 투입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차의 대표작은 로봇 개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스팟은 산업 현장에 투입돼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산업 시설을 점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족 보행 로봇인 아틀라스는 뛰는 것은 물론이고 춤도 추고 백텀블링도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앞으로 AI를 어떻게 접목하고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AI 연구를 강화하기 위하여 최근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한재권 교수는 “공장에서 나올 때는 똑같은 로봇인데 사용자와 살면서 결국 다른 로봇이 된다.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여 주는 게 AI 로봇”이라며 “과거 치킨을 튀기고 커피를 만드는 등 특정한 목적을 가진 로봇이 각광을 받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로봇 하나만으로도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 결정체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량 생산 가능성이 중요하다. 머스크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에 퍼지는 파급력에 대해 투자자들이 큰 점수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로봇 시장은 춘추전국시대
아직까지 AI 로봇 시장은 무주공산이다. 독보적 위치에 있는 기업도 없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용 제품도 없다.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춰 로봇 가격을 낮추는 것도 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반려 로봇도 출시는 됐지만 활용 범위가 넓지 않아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AI 로봇 시장이 성장세를 탔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넥스트MSC는 글로벌 AI 로봇 시장이 지난해 1224억 달러(약 162조 원)에서 2030년 1848억 달러(약 245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진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로봇이 판단을 하려면 AI가 필요하기에 로봇과 AI의 접목은 필연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AI 로봇이 노동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AI 로봇을 접할 수 있는 세상으로 나가고 있다 보니 기업도 정부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