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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채 청약에 100만명… 이런 ‘로또 청약’ 이제는 사라진다?[황재성의 황금알]

입력 | 2024-03-02 08:00:00

1: 묶어도 풀어도 부작용 발생하는 아파트 분양가
2: 3월 적용할 기본형 건축비는 3% 넘게 상승
3: 땅값 안정됐지만 최근 급등한 자재비 영향 커
4: 서울 민영 아파트 분양가 1년 새 20% 이상 올라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계약 포기 물량 3채 모집에 101만 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린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아파트 전경. 이 아파트는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이다. 동아일보 DB

‘평균 경쟁률 33만 7818대 1’

지난달 26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가 보기 드문 기록을 세웠습니다. 3채 모집에 무려 101만 3456명의 청약자가 몰린 것입니다. 지난해 6월 흑석리버파크자이가 세운 기록(2채 모집에 청약자 93만 4728명)을 넘어선 규모입니다.

이 아파트는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것입니다. 전체 단지에 아파트 6702채가 들어서 미니 신도시급 규모를 자랑합니다. 2020년 7월 분양 당시에도 1135채(일반분양 기준) 모집에 3만 291명이 몰리며 평균 26.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로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번에 추가모집한 아파트는 각각 34A㎡(전용면적 기준·3층)와 59A㎡(4층), 132A㎡(2층) 등 3개입니다. 중도금 조달 등에 문제가 생겨 계약자가 포기한 잔여물량입니다. 이들은 최초 분양가 그대로 공급가가 책정돼 당첨 즉시 큰 시세차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59A㎡(3층)의 경우 분양가가 13억 2000만 원인데 지난해 12월 거래된 같은 크기 아파트(28층) 거래가는 22억 198만 원이었습니다. 132㎡(2층)도 분양가가 22억 6000만 원인데, 지난달 동일 규모 아파트(24층)의 매매가는 49억 원으로 배가 넘습니다. 결국 이런 시세차익을 노리고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를 꼽습니다. 분상제 적용 대상이어서 분양 당시에 이미 주변 시세보다 낮게 공급가가 책정됐고, 그 결과 입주시점에 막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 분상제 적용 아파트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 정부가 2023년 1월 분상제 적용 지역을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개 지역으로 대폭 줄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의 고공행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존 아파트값은 주춤한데도 서울 민영아파트 분양가가 최근 1년 새 20% 넘게 오른 탓입니다. 분상제라는 고삐가 풀린 데다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자재 값이 치솟자 건설사들이 이를 분양가에 적극 반영한 결과입니다.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신혼부부나 2040년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꿈은 갈수록 실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양가가 기존 집값을 자극해 주택시장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중반 분양가의 고공행진이 집값 불안을 불러온 전례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발등의 불인 저출산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가 집값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르면 첫째 자녀출산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전국 기준 주택매매가와 전세금(30.4%)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가는 지나치게 틀어막아도 문제를 일으키지만, 마냥 풀어놓더라도 적잖은 사회적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분양가는 어떻게 정해지나

아파트 분양가는 땅값(택지비)에다 건설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건축비)로 구성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일대 전경이다. 동아일보 DB

아파트 분양가는 땅값과 건축비로 구성됩니다. 즉 땅값(택지비)와 건설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을 합산한 금액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그 산식은 조금 복잡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누리집에 공개한 ‘2023년 주택업무편람’에 따르면 정부가 분상제 대상지역에 적용할 기준으로 땅값은 ‘택지비+택지비 가산비’,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건축비 가산비’를 각각 이용합니다.

이때 택지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 경기도시주택공사(GH) 등 공기업이 조성한 공공택지라면 공급가격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만약 민간택지라면 매입가격이나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택지가산비에는 말뚝박기·암석지반, 흙막이·차수벽, 지하공사 특수공법 사용에 따른 공사비와 방음시설 설치비, 택지대금 기간이자 등이 포함됩니다.

기본형건축비는 공공 민간 모두에 적용되는데, 일반적인 품질 수준의 분양주택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 전체에다 물가변동 등을 반영해서 정부가 매년 3월과 9월 정기 고시합니다.

다만 레미콘, 고강도 철근, 창호유리, 강화합판 마루, 알루미늄 거푸집 등 5개 주요 자재 가운데 하나라도 가격이 고시 때보다 15% 이상 오르거나 내리는 등의 변화가 발생하면 정기고시 후 3개월 뒤 조정고시를 내놓습니다.

정부가 신규 분양주택 가격을 일정 기준 금액 이하로 규제한 것은 1977년부터입니다.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이를 자율화하거나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 3월 도입한 행정규칙(‘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기본형건축비 및 건축비용’)에 따라 3월과 9월 정기고시가 시작됐습니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조정고시는 2008년 7월(상승률·4.40%)과 2021년 7월(1.77%), 2022년 7월(1.53%) 등 모두 3차례에 불과합니다.

기본형건축비도 2009년 3월(-0.11%)과 2020년 3월(-2.69%)을 제외하곤 꾸준하게 올랐습니다. 특히 2021년 3월(0.87%) 이후에는 지난해 9월까지 1.53~3.42%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국토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4년 3월 정기고시에서도 기본형 건축비는 3.1% 상승했습니다. 정부 고시에서 상승률이 3%를 넘어선 것은 이번까지 모두 4번에 불과할 정도로 드뭅니다.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뜻입니다. 창호유리(17.7%)와 레미콘(7.2%) 등 자재값과 건설인력 노임비(3.05~5.61%)가 모두 대폭 오른 게 반영됐습니다.

건축비가산비에는 라멘조·철골조 등 구조형식과 주택성능등급, 인텔리전트 설비, 초고층주택 건설,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비 등이 반영됩니다. 여기에 올해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 대상 확대와 층간 소음 기준 미달 시 준공 불허 등과 같은 규제가 추가돼 건축비가산비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 분양가 10억 원 아파트에서 땅값 비중은

아파트 분양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땅값은 지난해 0.8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근 15년 새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그렇다면 실제 분양가에서 건축비와 땅값의 비중은 어떻게 될까요.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22년 8월부터 매월 공개하고 있는 자료, ‘민간아파트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15일 공개한 ‘2024년 1월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은 38%였습니다. 즉 분양가를 10억 원으로 봤을 때 3억 8000만 원 정도가 땅값이고, 나머지가 건축비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는 전국 평균이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차이가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땅값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9%에 달했습니다. 세종시와 5대 광역시는 33%였고, 나머지 도 지역은 31%에 머물렀습니다.

시도별로는 서울의 땅값 비중이 78%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동안 서울지역에서 땅값이 분양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50% 안팎에 머물렀던 점의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나머지 지역은 40%대 이하였습니다. 2위를 차지한 경기도가 45%였고, 경북(41%)도 40%대의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이어 광주(35%)와 울산(32%)가 30%대였고, 강원이 20%였습니다. 나머지 전남(14%) 충남(15%) 부산(18%) 등은 10%대의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 통계는 HUG가 통계청의 승인을 받아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30채 이상 공공주택 가운데 분양보증을 받는 사업장을 조사해서 산정합니다. 즉 해당 월에 신규 분양 아파트가 있는 경우에만 통계가 집계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연초 분양물량이 적었던 탓에 땅값 비중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게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의 추세는 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땅값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는 모양새입니다. 서울의 경우 ▲2018년 59% ▲2019년 52% ▲2020년 59%으로 꾸준하게 50%대를 유지해오다 2021년 48%로 내려앉았고, 2022년에는 45%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경기도도 2018년 44%에서 이듬해와 2020년까지는 39% 수준에 머물렀지만 2021년 32%로 떨어졌고, 2022년에는 30%로 더 낮아졌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재비가 꾸준하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건설자재인 시멘트의 경우 최근 3년 새 40% 넘게 올랐습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1년 1t당 7만 8800원이던 시멘트 7개사의 평균 가격이 지난해에는 11만 2000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반면 지가 상승률은 지난해 전국 평균 0.82%로 최근 15년 새 가장 낮았습니다. 고금리와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토지 수요가 줄어든 탓으로 풀이됩니다.


● 신규 분양가는 고공행진 중

부동산개발회사 엠디엠플러스가 지난달 서울 광진구 광장동 188-2 일대에서 분양한 아파트 ‘포제스 한강’은 3.3㎡ 분양가가 1억1500만 원에 달해 화제가 됐다. 사진은 포제스 한강의 투시도. 엠디엠플러스 제공

문제는 분양가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땅값의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HUG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1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당 1123만4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달인 지난해 12월 평균 분양가(1059만 원)보다 6.07% 상승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1월(928만2000원)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21.03%에 달합니다.

전용면적 85㎡ 아파트라면 평균 공급면적(전용면적+주거공용면적)을 110㎡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양가가 1년 새 10억 2102만 원에서 12억 3574만 원으로 2억 1000만 원 이상 오른 셈이 됩니다. 그만큼 신혼부부나 2040세대 가운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평(坪)에 해당하는 3.3㎡ 당 분양가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은 두드러집니다. 서울의 경우 2023년 1월에 3068만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0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1월에는 역대 최고가인 1억 1500만 원 짜리 아파트(광진구 광장동 ‘포제스 한강’)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이 규제 지역에서 해체되면서 분상제 적용을 받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수도권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2501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2월(2434만 원)에 비해 2.76% 올랐습니다. 5대 광역시와 세종시 평균 분양가도 같은 기간 1745만 원에서 1785만 원으로 0.6%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분양가 상승에는 자재가 상승 이외에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은행 등에서 건설업계의 대출금리를 올렸고, 건설사가 이를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월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4.1p(포인트) 상승한 114.1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하락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게다가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이 줄고, 인허가 물량 역시 많지 않다는 것도 분양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