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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군의관, 대형병원 투입

입력 | 2024-02-24 01:40:00

보건의료위기 ‘심각’ 최고단계 상향
공공병원 진료 저녁8시 전후 연장
경찰, 전공의 사직 관련 수사 착수
의협 “정부, 중대본 설치는 코미디”




전공의 병원 근무 중단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사상 처음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고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첫 회의를 열었다. 범정부 총력 대응을 위해 전날까지 운영되던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격상한 것이다.

한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집단행동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집단행동은 의료인으로서의 숭고한 사명을 망각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공의들을 향해 “불법 집단행동은 젊은 의사들의 꿈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비대면진료는 그동안 의원급 병원에서 재진 환자와 의료 소외 지역 주민을 진료할 때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23일부터는 희망하는 병원 어디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시스템 구축 등에 시간이 걸려 병원별로 시행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또 서울의료원 등 전국 공공병원 97곳의 평일 진료시간을 오후 8시 전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주말 및 휴일 진료도 확대한다. 필수의료가 지연되는 대형병원에는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한다.

한편 경찰은 ‘사직 전 처방 등을 삭제하라’는 글이 올라온 인터넷 의사 커뮤니티를 압수수색하며 전공의 사직 관련 첫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또 시민단체가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의협은 정부의 대응에 “평온하던 의료시스템을 재난 상황으로 몰아간 정부가 중대본을 설치하는 것은 코미디”란 입장을 밝혔다. 또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번 주말 이후 전공의들과 함께 병원을 이탈할 수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와 의사단체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전국 주요 수련병원 94곳에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8897명(78.5%)이며, 이 중 7863명(69.4%)은 병원을 이탈했다. 정부는 현장점검 후 총 703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이 중 5976명은 복귀 지시를 거부했다.



병원들 “비대면진료 확대 1, 2주 걸려”… 환자들 “미리 준비했어야”

[의료 공백 혼란]
초진 환자까지 비대면진료 허용… 빅5 병원 “확대 계획 아직 없어”
중소형 병원들, 시스템 구축 준비… 비대면 가능 여부 사전 확인해야

韓총리, 중대본 회의 주재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공의들에게 “불법 집단행동은 젊은 의사들의 꿈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늘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해 국민들께서 더 편하게 일반진료를 받으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료를 못 받게 된 상급병원 환자들이 1, 2차 병원으로 몰릴 것으로 보여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점검해 본 결과 이날 당장 비대면 진료 대상을 확대한 병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원들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어 비대면 진료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비대면 진료 앱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공지
과거에는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 등에 대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진료 서비스 업체인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은 이날 오후부터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고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등의 공지를 내걸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의원급 의료기관 13곳에 초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한 의원 관계자는 “초진 환자 중 비대면 진료를 원하는 경우가 아직 없었다. 공지가 갑자기 내려와 관련 내용을 더 알아봐야 할 것”이라며 진료를 거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비대면 진료를 했던 한 의원은 “코로나19 이후에는 비대면 진료 요청이 거의 없다”며 “대상을 확대해도 이용하는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시스템 개편에 1, 2주 걸릴 것”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된다고 모든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일단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은 아직 비대면 진료를 확대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정부 방침과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 확대 계획이 없다”며 “확대하더라도 전화로 검진 결과를 안내하고 위험도가 낮은 약을 재처방하는 방식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병원 중 상당수는 이번 주말부터 비대면 진료를 당장 확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최소 1, 2주가량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종합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지역 2차 병원들은 비대면 진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화상 진료 시스템을 설치하려면 시간이 걸려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이 정부의 기대만큼 늘어나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지방 의료원 등은 입원 환자 위주로 운영돼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 1966곳이 등록돼 있다. 수도권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이모 씨는 “의사 중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 확대를 반기면서도 “집 근처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을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준 씨(28)는 “의사 파업과 무관하게 미리 확대했어야 했다”며 “한 달간 위가 쓰렸는데 직장을 다니느라 병원에 못 갔다. 비대면 진료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