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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에 농막보다 큰 거주용 ‘쉼터’ 지을 수 있다

입력 | 2024-02-22 03:00:00

[그린벨트-농지규제 완화]
여의도 72배 자투리 농지 규제 풀고
수직농장 농지에도 설치 허용하기로




앞으로 농지에 조립식 주택 등 임시 거주시설을 지을 수 있게 된다. 법적으로 창고인 농막(農幕)과 달리 잠도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농촌에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절대농지’로 불리는 농업진흥지역에 자리한 3ha 이하 자투리 농지에도 체육관 등을 지을 수 있다.

● “낡은 규제 신속히 개혁”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농지 이용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12개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농지 이용 규제의 종류가 무려 336가지에 달하고 있다”며 “전수조사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는 신속히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농촌 체류형 쉼터’(가칭)를 도입하기로 했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농촌에 큰 비용을 들여 집을 사지 않아도 잠깐 머물며 쉴 수 있는 컨테이너나 조립식 주택 등을 농지에 지을 수 있다. 쉼터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취득세, 재산세 등 세금 부담이 없다. 일률적으로 20m²를 넘길 수 없는 농막보다는 더 크게 지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막은 현재 제도상에선 영속이 어려워 법적인 틀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막은 원래 농기구나 농작물을 보관하거나 농사일 중간에 잠깐 쉬는 용도의 임시 건축물이라 취침 등을 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안에 농지법령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농지에도 수직농장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수직농장은 농산물을 기르는 시설로, 재배용 선반을 쌓아 올린 형태다. 인공적으로 환경을 제어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시스템’으로 기대되지만 국내에선 규제로 인해 설치가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특히 이동이 가능한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의 경우 일시 사용 기간이 최대 8년밖에 되지 않아 수직농장을 설치하는 데 드는 초기 비용조차 회수하기가 어려웠다. 농식품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7월부터 수직농장의 일시 사용 기간을 확대하고, 모든 수직농장을 일정 지역 내에서는 농지에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여의도의 70배 넘는 농지 규제 완화 농업진흥지역에 있는 자투리 농지 개발도 추진한다. 현재 전국의 자투리 농지는 총 2만1000ha로 추정되는데,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2.9km²)의 72배에 달한다. 자투리 농지는 산업단지, 도로 등으로 개발한 후 농업진흥지역 내에 남은 3ha 이하의 농지를 말한다. 면적이 좁은데도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있어 토지 이용에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농식품부는 상반기(1∼6월) 안에 지자체의 자투리 농지 개발 수요 신청을 받아 타당성을 검토한 뒤 해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농업용도로 가치가 떨어진 자투리 농지들의 이용 규제만 풀어도 대도시 인근 이점을 살린 체험시설이나 수직농장 같은 첨단 농업시설의 입주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더 큰 폭의 농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자투리 농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스마트팜 같은 첨단 농업이 등장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는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의 농지 구입은 어렵게 하는 식의 기존 농지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