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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신분증만 믿었다간 전세금 잃어[부동산 빨간펜]

입력 | 2024-02-16 03:00:00

신분증과 등기부등본 대조해야 안전
법인과 전세계약, 재무상태 확인해야
다가구 계약 땐 선순위 보증금 열람




지난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세 사기 사건. 새해가 됐지만 여전히 전세 사기 피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전세 사기 특별법을 내놓고 다양한 지원 방안 및 예방 방안을 내놨지만 세입자 각각의 피해를 모두 돌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세입자 스스로가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죠. 이번 주는 전세 사기 피해 사례를 통해 전세 계약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부동산 빨간펜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질문과 경기도가 발간한 ‘전세 피해 예방을 위한 경기도 전세 피해 사례집’을 참고했습니다.



Q. 2022년 8월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 등기부등본의 주택 소유자와 직접 만나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전세 사기가 걱정돼 집주인의 신분증 위조 여부도 확인했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후 입주일이 돼 잔금을 입금하고 이사를 하려니 다른 사람이 입주한 상태였습니다. 신분증을 확인했던 주택의 소유자는 나이가 비슷한 동명이인이었습니다. 계약을 진행한 사람도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었습니다. 소송을 하려고 했지만 중개보조원은 이미 잠적한 상태였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중개보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결국 계약 단계에서부터 유의해야 하는데요. 이번 사례에서는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먼저 계약을 진행하는 자가 공인중개사인지 중개보조원인지 확인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로 개업공인중개사에 소속되어 중개 대상물에 대한 현장 안내 및 일반 서무 등 중개업자의 중개 업무와 관련된 단순한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입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설할 수 없고, 중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도 없습니다.

신분증 확인 역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신분증만 확인해선 안 되고, 주인이라고 나온 사람의 신분증에 나온 주민등록번호를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소유자의 주민등록번호와 반드시 비교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질문해주신 사례와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Q. 경기 화성시의 오피스텔 전세를 알아보던 중 법인 소유 물건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공인중개사도 문제가 없는 법인이라고 소개해줬고, 시세가 낮아 바로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입주 이후 법인으로부터 파산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선순위 세입자라면 경매를 통해 전세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찰이 계속되면 회수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법인은 법인세 등으로 개인보다 미납된 세금의 규모가 클 수 있습니다. 계약 전 지방세 및 국세 완납증명서를 요구해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법인인 경우 전세보증보험 가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둬야 합니다. 법인의 파산 시 임금채권 등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임금채권이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우선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법인 소유 부동산을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할 때는 해당 법인의 재무 상태도 고려해야 합니다.”

Q. 2021년 2월 다가구주택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연립·다세대(빌라)주택과 달리 주인이 1명이라 불안했지만 “선순위 세입자들의 보증 금액이 많지 않다”는 집주인의 말을 믿고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입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개시 결정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집주인이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속인 거였습니다. 배당 재원이 부족해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집을 비워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가구주택에서 전세 계약을 할 때는 빌라보다 더 유의해야 합니다. 우선 위 사례에서 보증금의 액수가 소액보증금 우선변제 범위 내라면 최우선변제금 반환의 대상도 됩니다. 최우선변제금 범위를 넘어가면 확정일자 순서에 따라 배당 순서를 부여받습니다. 먼저 입주해 확정일자를 받은 가구들이 많다면 경매 낙찰 이후에 본인은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다가구주택에 전세로 입주하는 경우 현재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선순위자들의 보증 금액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주민센터에 방문해 다가구 선순위 보증금 열람을 요청하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경우 임대인에게 열람할 수 있도록 대리인 자격을 요청하면 됩니다. 특히 선순위 보증금 내역은 인터넷으로 발급할 경우 모든 호수의 보증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꼭 오프라인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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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