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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이 잘 나가는 이유… 윌로우 효과? 레이나 효과![발리볼 비키니]

입력 | 2024-02-15 17:19:00


배구는 기본적으로 리시브, 세트, 스파이크 세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흥국생명 레이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스파이크를 할 수 있는 건 토스가 올라온 덕분이다. 토스가 올라왔다는 건 거기까지 연결해준 리시브가 있었다는 것이다.” ─ 일본 배구 만화 ‘하이큐’

배구에서 랠리는 기본적으로 서브 → 리시브 → 세트(토스) → 공격 → (블로킹, 디그…) → 득점으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모든 스포츠에서 그런 것처럼 배구에서도 득점력이 좋은 선수가 가장 주목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프로배구 기사에 ‘양 팀을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린 ○○○’ 같은 표현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반면 ‘가장 세트가 많았던’ 혹은 ‘가장 상대 서브를 많이 받은’ 같은 표현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세트가 많았던’에 해당하는 선수는 어차피 양 팀 세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상대 서브를 많이 받은 선수’가 가장 과소 평가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상대 서브를 받고 있는 흥국생명 레이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올스타전 휴식기가 끝난 뒤 14일까지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상대 서브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는 정관장 지아(26·미국·150개)입니다.

다만 리시브 점유율은 지아(42.1%)보다 상대 서브를 142번(2위) 받은 흥국생명 레이나(25·일본·54.4%)가 더 높습니다.

5라운드 들어 리시브 점유율이 50% 이상인 그러니까 상대 서브를 절반 이상 받아낸 여자부 선수는 레이나뿐입니다.

레이나는 4라운드까지 14.5%였던 공격 점유율도 5라운드 들어 27.7%까지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레이나는 5라운드 들어 치른 네 경기에서 공격을 139번 시도했습니다.

오퍼짓 스파이커로 상대 서브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같은 팀 윌로우(26·미국·141번)도 레이나보다 공격을 두 번 더 시도했을 뿐입니다.

흥국생명만 톱 7에 두 명.

레이나의 서브 리시브 점유율과 공격 점유율을 합치면 82.1%가 나옵니다.

5라운드 들어 여자부에서 이 두 점유율을 합쳐 이보다 높은 기록을 남긴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에는 레이나가 여자부에서 ‘가장 바쁜’ 선수인 셈입니다.

물론 그저 바쁘기만 하다고 팀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레이나는 5라운드 들어 공격 효율 0.388을 기록하면서 IBK기업은행 아베크롬비(29·미국·0.416)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리시브 효율 25.3%는 좋은 기록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12일 경기 3세트 장면. KBSN 중계화면 캡처

이 GIF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리시브가 정확하지 못해도 자신이 해결하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레이나는 이 기간 리시브 후에 바로 공격했을 때 효율 0.480을 남겼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공격을 15번 이상 시도한 선수 가운데 레이나보다 공격 효율이 좋은 건 지아(0.480) 한 명뿐입니다.

레이나는 1~4라운드 때는 같은 상황에서 공격 효율 0.300에 그친 선수였습니다.

레이나가 이렇게 살아나면서 ‘배구 여제’ 김연경(36)의 어깨가 가벼워졌습니다.

김연경은 1~4라운드 때는 리시브를 받았을 때 6번 중 1번은 본인이 공격까지 책임져야 했지만 5라운드 들어서는 17번 중 한 번으로 부담이 줄었습니다.

흥국생명 레이나와 아본단자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아본단자 흥국생명은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레이나는 팀을 앞에 놓고 자신을 뒤에 놓는 선수”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김연경을 비롯해 팀원이 믿고 기다려줬기에 레이나도 기량을 꽃피울 수 있었을 겁니다.

김연경을 ‘착한 언니’라고 표현하는 레이나는 “배구를 할 때는 잘하면 칭찬해주고, 실수는 할 때도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해줘서 도움이 된다. 코트 바깥에서도 선수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게 많이 도와준다”며 고마워했습니다.

‘하이큐’에서 다나카 류노스케(田中龍之介)는 첫 연습 경기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후배 히나타 쇼요(日向翔陽)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못 해도 돼! 민폐 팍팍 끼쳐! 그런 걸 덮어주려고 팀이 있고 선배가 있는 거다!”

그리고 선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본인부터 일단 ‘예쁜 후배’가 되어야 합니다.

페인트 공격을 시도한 뒤 주문을 외우는 흥국생명 레이나. KBSN 중계화면 캡처


흥국생명은 ‘거함’ 현대건설을 무너뜨린 지 사흘 만인 15일 IBK기업은행를 상대로 5연승에 도전합니다.

상대 팀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보다 이틀을 더 쉰 상황.

이럴 때일수록 코트 위에서 더욱 바쁘게 뛰는 후배가 있을 때 선배들도 힘을 내게 마련입니다.

거꾸로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물리치려면 레이나를 흔드는 게 중요합니다.

과연 레이나가 또 한 번 승리를 안기는 ‘승리 요정’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IBK기업은행이 드디어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게 될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