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참고사진.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13. 뉴스1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단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박단 회장이 15일 수련을 포기하고 병원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단체 대표직에서도 물러난다. 박 회장은 동료들을 향해 집단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는데, 정부가 개별 사직서 제출도 사전에 공모했다면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잃어버린 안녕과 행복을 되찾고자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난다. 2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전공의수련규칙표준안과 민법, 수련계약서에 따라 인수인계에 차질이 없도록 3월 20일까지 병원에서 성실히 근무한 후 병원을 떠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2년 차 레지던트)로 근무해왔다.
그는 “그간 생사의 경계에 놓인 환자를 살려 기쁨과 안도를 느낀 적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병원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고 했다. 이어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진행된 온라인 총회에서 단체행동을 유보한 전공의 사이에선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3일에는 대전성모병원 인턴이 유튜브에 실명을 공개하면서 “의사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상황에서 더 이상 의업을 이어가기 힘들다”며 레지던트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4일 브리핑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항의의 표시로 사전에 사직을 (전공의) 동료들과 상의했다면, 집단 사직서 제출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