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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 조림 말고 ○○ 만들어 먹으면 더 좋아요[정세연의 음식처방]

입력 | 2024-02-12 23:30:00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얼마 전 40대 환자가 어머니와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6개월 전 직장이 너무 힘들어 그만뒀는데, 아직도 몸이 회복되지 않아 밤에 식은땀을 흘리고 심장이 이유 없이 뛰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했다. 또 다른 40대 여성 환자는 살결이 희고 얼굴이 예쁜데 나이에 비해 기미가 너무 많았다. 이들의 상태는 체내 영양분이 많이 사라진 탓이다. 몸속 음혈(陰血)이 고갈된 것이다. 음혈은 혈액, 호르몬 등 우리 몸에 영양물질을 담고 있는 물이다. 누구나 늙으면 음혈이 줄지만, 과로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 고갈이 더 빨라진다. 이럴 때는 음혈을 보충해야 하는데 이런 식치 효능이 있는 대표 음식이 바로 연근이다.

연근은 진흙 속에서 자란다. 미네랄이 가득한 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연근에도 미네랄이 풍부하다. 연근 100g당 철분 함량은 0.8mg으로 같은 무게의 당근(0.28mg), 무(0.16mg), 감자(0.4mg)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철분은 분자량이 커서 그냥 먹어서는 흡수가 잘 안되고 유기산 음식과 함께 섭취해야 하는데, 연근에는 철분 흡수를 돕는 유기산 비타민C도 풍부하다. 즉, 천연 철분제나 다름없다.

연근을 잘라 보면 끈적끈적한데 이렇게 점액질이 풍부한 음식은 음혈을 보충하는 식치 효능이 탁월하다. 음혈이 고갈돼 몸속 물이 부족하면 소화에도 문제가 생긴다. 연근의 점액질 안에는 뮤신이란 성분이 있다. 이 뮤신 점액질은 위장에 좋다는 마에 풍부한데 연근에도 적지 않다. 이 밖에도 연근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콜레스테롤 배출에 도움을 준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불면증에도 좋다.

연근 요리 하면 흔히 간장과 물엿을 넣어 만든 간장조림을 떠올린다. 사실 조림은 건강한 조리법이 아니다. 단백질이 든 음식을 조리면 단백질과 당이 반응하면서 당 독소라는 변성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노화를 촉진하는 독소다.

연근을 건강하게 먹는 법을 소개한다. ‘연근치자피클’이다. 한의학에서 치자는 심장의 화(心火)를 끄는 소방수 같은 약재다. 연근이 음혈을 보충하고, 치자가 음혈이 고갈되는 원인을 해결하기 때문에 연근과 치자는 굉장히 좋은 궁합이다. 여기에 유기산이 풍부한 시트러스 과일까지 넣으면 연근의 철분 등 미네랄 흡수를 돕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진다(자세한 조리법은 동영상 참조).

연근은 암수가 따로 있는데 암연근은 조직이 치밀하고 쫀득해 조림용으로 많이 쓴다. 아삭한 식감을 살리기엔 수연근이 좋다. 치자는 차가운 성질이 있기 때문에 위장이 차거나 평소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연근치자피클을 과잉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연근은 아기들이 이유식으로 먹을 정도로 안전하다. 매일 먹어도 별문제가 없다. 다만 연근에는 혈액을 묽게 하는 성질이 있어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우절(藕節)이라고 하는 연근 마디 부위가 그렇다.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라레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2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93만6000명이다.

※정세연 원장의 ‘대부분이 모르는 연근의 효능과 제대로 먹는 방법!’ (https://youtu.be/Xwuh83KCc14?si=2bJa6VsPc_o6KXTQ)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