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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중 4곳 전공의 “파업” 대통령실 “의사면허 취소 검토”

입력 | 2024-02-09 01:40:00

대전협, 12일 총회서 파업 최종 결정
정부 “모든 법적 수단 동원해 막을것”
수가 인상안 등 지원책도 마련
의료계 일각 “실익 챙겨야” 의견도




서울대병원 등 주요 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설 이후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 중에서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4곳의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수련 병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온라인 총회에서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대통령실은 8일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는 의료계를 향해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발동이나 면허 박탈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업무 개시명령과 면허 취소 가능성에 대해 “아직 집단행동이 발생하거나 현실화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를 검토하고 있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술실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최전선에 있는 전공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 연휴에도 설득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 정부 “모든 법적 수단 동원해 파업 막을 것”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범정부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수본은 17개 시도 및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보건소와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비상 진료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전날 전국 수련 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시도 의사회에도 파업 금지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불법 집단행동을 하거나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하는 경우 행정처분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할 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 구체적인 지원책도 마련한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르면 이달 말 소아와 분만 등 필수의료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인상 시범사업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의료사고 처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사 절차 개선에 착수했다. 심우정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응급의료 사고에 형을 감면하도록 한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 파업 놓고 “더 뭉칠 것” “실익 없어”

전공의 등 의사들은 파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비해 개인 연락처를 취합하고 경찰까지 동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더욱 격앙된 분위기다. 수도권 사립대 병원의 한 3년 차 레지던트는 “결국 벼랑 끝까지 몰아붙여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뜻이다. 의료계 내부에선 더 단단하게 뭉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파업의 실익이 적어 단체행동 참여율이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관계자는 “2020년 파업 당시 전 국민적 지지를 받아 정부가 한발 물러났지만 이번엔 의대 증원을 원하는 목소리가 훨씬 크다”라며 “이기기 힘든 싸움이라고 생각해 파업에 회의감을 느끼는 전공의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미 발표된 증원 규모를 바꿀 수 없다면 의료계의 요구를 더 관철시키는 쪽으로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5년 뒤 정원 조정이나 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에서 실익을 챙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