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재환. 2023.10.19 뉴스1
“공을 어디로 쳐야 하지라는 생각까지 했다.”
지난 몇 년간 긴 슬럼프에 빠졌던 김재환(36)이 수비 시프트(특정 타자가 나올 시 타구 유형에 맞게 수비수 배치를 미리 옮기는 전략)로 인해 겪었던 고충을 토로하며 한 말이다.
근래 상대팀들은 주로 당겨 치는 타격을 하는 좌타자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1루와 2루 주변에 내야수들을 집중 배치해 수비했다. 김재환의 타구 방향이 치우쳐 이에 대비한 수비 시프트였는데, 꽤 효과를 봤다.
부진의 모든 이유를 수비 시프트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어쨌든 자신도 수비 시프트로 인한 답답한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김재환은 “잠실에서 타석에 서면 공간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며 “타구가 외야로 가면 담장 앞에서 잡힐 것 같았고, 짧은 타구를 날리면 내야를 넘기지 못할 것 같아 안좋은 생각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부진을 탈출하려고 밀어치려고도 노력하는 등 변화도 시도했지만 오히려 내 장점들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도 새 시즌에는 수비 시프트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KBO리그는 올해부터 수비 시프트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김재환의 부활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두산에게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타선의 중심이 되어야할 김재환이 부활해야 지난 시즌 약점으로 꼽혔던 타격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지난시즌 팀 타율은 0.255로 전체 9위에 그쳤고 팀 타점은 최하위(565점), 팀 득점은 8위(620점), 팀 안타는 9위(1238개)에 머물렀다.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로 이어지는 외국인 원투펀치에 토종 에이스로 올라선 곽빈과 최승용, 김동주, 최원준으로 구성된 선발진과 불펜진은 팀 방어율 전체 3위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지만 약한 공격력 때문에 빛이 바랬다.
새 시즌 성공 키워드로 ‘공격력 강화’를 언급한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이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김재환이 살아난다면 팀 타선은 더욱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