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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미안해 아가야”

입력 | 2023-12-20 00:20:00

9월 27일 촬영한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 내부. 사진=홍진환 기자


아기는 모두 예쁘지만 모든 아기들이 축하받으며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귀한 저출산 시대에도 베이비박스에는 엄마 품을 떠난 아이들이 쌓여간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버려진 아이들이 1200명이다. 먹이지도 씻기지도 않고 방치한 아이들도 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미아: 품을 잃은 아이들’은 유기되고 방임된 아이들을 추적한 기획이다. 조그만 생명들이 마주한 얼음장 같은 현실을 목격한 취재팀은 말한다. “미안해 아가야.”

생후 100일이 지나지 않은 유준이는 잠자리가 여섯 번 바뀌었다. 병원에서 태어나 베이비박스, 구청과 시청의 일시보호소와 상담실을 거쳐 지금은 유기 아동 전담보호시설에서 지낸다. 친부모가 찾으러 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입양, 가정위탁, 그룹홈, 보육원 생활을 해야 한다. 남의 품이라도 따뜻한 품에 안겨 지내는 유준이는 운이 좋은 편이다. 미혼모와 동거남 사이에서 태어난 혁재는 방임 끝에 아사 직전 구출됐다. 옆에서 발견된 누나는 영양실조로 숨진 상태였다. 부모와 눈을 맞춘 적도, 부모의 말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는 혁재는 네 살인데 아직 말이 어눌하다.

귀한 생명을 버리는 이유는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키울 능력이 없어서’이다. 버려지는 아이들은 대개 학대를 받고 자란 10대, 20대 초반 미혼모들의 원치 않은 임신으로 태어난다. 베이비박스 출신 초등학생 241명을 추적 조사했더니 절반 넘는 아이들이 상담 치료를 받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떠나지 않는 가족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모’ ‘삼촌’으로 불리는 여러 보호소 돌보미들 손을 거치다 보니 정서 불안증을 안고 산다.

아이는 부모 품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베이비박스에 버렸다가 다시 찾아가는 경우가 30%라고 한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을 한 부모들이 출산과 양육에 관한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출산을 결심한 경우 경제적 자립을 돕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버려진 아이들은 국가의 책임이다. 아사 직전 구조된 혁재는 위탁 가정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혁재를 버린 엄마는 “사랑을 못 받고 커서 주는 법을 몰랐다”고 했는데 사랑 받고 있는 혁재는 고사리손으로 위탁모의 집안일을 돕는다. 모든 아이들이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사랑 주는 법을 알도록 사회가 ‘좋은 어른’ 역할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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