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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쏟고, 땅 파고, 쇠 가는 소리… “소음을 잘 다듬어 음악에 담았죠”

입력 | 2023-12-13 03:00:00

루시드폴, ‘모두가 듣는다’ 책 내고 새 앨범 선보여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기타를 들고 제주의 숲을 거닐고 있다. 루시드폴 제공

‘끼익 끼익 끼익….’

제주도에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본명 조윤석·48)이 사는 제주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담벼락 위에 드리운 돈나무 가지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가 휴대용 마이크를 꺼내 나뭇가지에 갖다 대자, 가지가 돌담에 긁혀 나무가 내는 흐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 소리는 2021년 발매된 디지털 싱글 ‘Listen To Pain’에 삽입됐다. 한 제약회사 의뢰로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를 위해 만든 이 앨범에 나무의 소리를 담아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함께 있지만 아무도 애써 듣지 않는, 세상의 살갗 아래 숨어 있는 소리들이 있죠. 들리지 않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타자의 아픔도 조금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에세이 ‘모두가 듣는다’.

에세이 ‘모두가 듣는다’(돌베개)를 최근 출간한 루시드폴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7일 만났다. 책엔 그가 2019년 반려견 ‘보현’의 소리 등을 담아낸 정규 9집 ‘너와 나’ 이후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 흔적이 담겼다. 루시드폴은 “휴대용 녹음기를 들고 보현이를 따라다니면서 귀로는 들리지 않는 소리의 세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시력이 나쁜 사람이 자기 눈에 딱 맞는 안경을 썼을 때 갑자기 세상이 쨍하게 보이듯 나 역시 그날 이후 다른 세계의 소리를 듣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다르게 들으려 하자 공사장에서 나는 굉음조차 그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몇 해 전부터 그가 농사를 짓는 과수원 주변에 새 건물을 짓는 공사가 끊이지 않았다. 루시드폴은 “처음엔 소음으로부터 나를 위로하고자 공사장의 소음을 채집해 음악을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고 했다. 덤프트럭이 돌을 쏟고, 그라인더가 쇠를 갈고, 중장비가 땅을 부수는 소리를 녹음기에 담았다. 그 다음 그 소음을 잘게 자르고 재조립해 그 위에 멜로디와 화성을 쌓았다. 이 소리는 12일 발매하는 그의 두 번째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 앨범 ‘Being-with’의 타이틀곡 ‘Mater Dolorosa(마테르 돌로로사·고통 받는 어머니)’로 다시 태어났다. 공사장의 소음이 그를 거쳐 음악이 된 것.

“소음을 내가 잘 다듬고 타일러서, 듣기 좋은 음악으로 세상에 되돌려 보낼 수 있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새 앨범엔 수중 마이크로 녹음한 바닷속 소리를 담은 ‘Microcosmo’ 등 총 5곡이 수록됐다. 루시드폴은 “음악이란, 무의미한 소리가 의미의 세계로 바뀌는 과정 및 결과”라며 “나의 음악이 누군가에게 닿아 어떤 의미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