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도전할수있다”에 운동 시작 윤성빈보다 느려도 ‘자신만의 길’ 월드컵 2차대회서 英웨스턴 제쳐 3차때 ‘2연속 우승-랭킹1위’ 도전
“운동 경력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중계를 보던 중2 소년은 이 한마디를 듣고 부모님을 졸라 썰매 트랙이 있는 강원 평창군으로 향했다. 어려서부터 축구부, 육상부에 들어가겠다고 할 때마다 부모님은 ‘공부하라’며 아들을 말렸다.
‘거북선’ 헬멧을 쓴 정승기가 8일 프랑스 라플라뉴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스타트 구간을 전력 질주하고 있다. 정승기는 개인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번 대회에서 이 트랙 스타트 기록(5초51)까지 남겼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제공
정승기의 앞에는 늘 ‘아이언맨’ 윤성빈(29·은퇴)이 있었다. 고3 때 스켈레톤에 입문한 윤성빈이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는 4년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스켈레톤 관계자 사이에서 ‘정승기는 발전이 너무 더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승기는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딴 데 이어 월드컵 금메달까지 차지하면서 한국 스켈레톤의 새 간판으로 우뚝 섰다.
대회 우승 트로피와 기념품을 양손에 든 채 웃고 있는 정승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제공
올 시즌 1차 대회를 4위로 출발했던 정승기는 2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2위(417점)로 올라섰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랭킹 1위인 크리스토퍼 그로테어(31·독일·425점)와는 8점 차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가 랭킹 1위로 시즌을 마친 것 역시 2017∼2018시즌 윤성빈뿐이다. 정승기는 지난 시즌 3차 대회 종료 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정승기는 15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리는 3차 대회를 통해 월드컵 2회 연속 금메달과 랭킹 1위 등극에 도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