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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1시간 이상 달리는 의사…“체력-건강 모두 OK∼”[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입력 | 2023-12-09 01:40:00

김향경 이대목동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 검도-수영 등 다양한 운동 도전
코로나19 이후 야외 달리기 시작… 병원까지 왕복 16㎞ 달려 출퇴근
원 옮긴 후엔 새벽 달리기… 마라톤 1회 완주, 내년에 또 도전
부상 줄이려면 스트레칭은 ‘꼭’… 평소에도 틈틈이 스트레칭 습관




김향경 이대목동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매일 새벽에 출근한 뒤 1시간∼1시간 반 동안 병원 앞 안양천 산책길을 달린다. 김 교수에게 새벽 달리기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과도 같다. 김 교수가 안양천 산책길을 달리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향경 이대목동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46)는 매일 오전 5시 반 이전에 집을 나선다. 병원에 출근하면 대략 6시 정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병원 앞으로 흐르는 안양천 산책길로 간다. 스트레칭부터 하고 나서, 달리기 시작한다. 10∼13㎞의 거리를 약 1시간∼1시간 반에 걸쳐 달린다.

김 교수가 이대목동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긴 지 약 1년이 됐다. 이 기간에 달리기를 거른 날은 단 며칠에 불과하다. 가랑비쯤이야 아랑곳하지 않는다. 겨울에도 폭설로 달리기 불가능한 날만 빼고는 웬만하면 달린다. 이처럼 달리기는 그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 돼 버렸다.

사실 김 교수는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활동적이지도 않았다. 주로 앉아서 음악을 듣는 식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쩌다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진 걸까.

●‘의사 체력’ 키우려고 달리기 시작
의대 본과 4학년 때였다. 의사 국시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던 그가 처음 자발적으로 운동에 입문한 것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김 교수는 “외과 분야에서 일할 계획이었다. 외과 의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했다. 그러니까 내 미래를 위해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클럽에서 매일 운동했다.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10㎞는 꼭 달렸다. 근력 운동도 했다. 스스로 조금 벅차다는 생각이 들 정도까지 운동 강도를 높였다. 인턴이 되자 운동을 할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싹 사라졌다. 다행히 앞선 1년 동안 고강도로 운동했던 게 체력적으로 조금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여전히 운동을 할 여유는 없었다.

운동은 전공의 3년째로 접어들 무렵 다시 할 수 있었다. 시간 날 때 해 두자는 심정으로 2년 동안 다시 고강도 운동을 했다. 덕분에 나중에 전임의 과정 때 운동을 전혀 하지 못했지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전임의 때는 1년에 365일 당직을 선다고 말할 정도로 바빴다. 체력이 약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최소한 1년 이상 꾸준히, 높은 강도로 운동하면 그 효과가 1∼3년 정도는 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2010년 전임의 과정을 끝냈다. 비로소 살짝 여유가 생겼다. 김 교수는 다시 운동부터 시작했다. 이처럼 언제부턴가 김 교수는 운동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 재미 느낄 수 있는 운동에 도전
김 교수는 그전까지 헬스클럽에서 운동했다. 장비를 사용해 근력 운동을 했고, 트레드밀 위에서만 달렸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하는 운동이라지만 사실 지루했다. 운동을 더 오래하기 위해서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종목을 찾아야 했다.

당시에 근무하던 병원 앞에 검도 체육관이 있었다. 운동 효과를 충분히 보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검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훈련은 매주 2회. 출근하기 전에 검도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후 2∼3년 동안 김 교수는 검도를 충분히 즐겼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수영도 시작했다. 수영은 주로 퇴근한 후에 했다.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자 스쿠버다이빙도 배웠다. 하지만 얼마 후 수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수영장 물에 들어 있는 소독약에 피부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면서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영을 관두고 나서는 헬스클럽을 다시 다녔다. 실내 자전거를 빠른 속도로 타는 ‘스피닝’에 입문했다. 실내 자전거를 타다 보니 ‘진짜’ 자전거에 끌렸다. 자전거를 장만했다. 주말에는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붙고 나서는 서울 근교로 자주 라이딩을 떠났다. 강원 춘천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여러 지역을 다니다 보니 산에도 눈이 갔다. 주말 등산을 시작했다. 이후 수도권에 있는 여러 산에 올랐다.

여러 레저를 즐기느라 주말은 거의 야외에서 지냈다. 김 교수는 “솔직히 처음에는 싫었다. 운동마니아인 남편에게 끌려가다시피 해서 시작했다”라고 했다. 김 교수 자신은 평일 근무가 고돼서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고 싶었다는 것. 김 교수는 “그래도 남편 덕분에 운동 습관을 들이게 됐으니, 결과적으로는 고마운 일”이라며 웃었다.

● 코로나19 이후 야외 달리기 시작

주중 헬스클럽, 주말 야외 레저를 즐기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2021년 2월, 다니던 헬스클럽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평일 달리기를 할 수 없게 됐다.

그토록 오랫동안 했던 달리기를 할 수 없으니, 몸이 근질거렸다. 겨울이라 춥긴 했지만, 밖에서라도 달려 보기로 했다. 따로 시간을 낼 수는 없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집에서 당시 근무하던 병원까지의 거리는 약 8㎞였다. 김 교수는 오전 5시경에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출근길이 그에게는 첫 야외 달리기였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내내 달릴 수 없었다. 달리다가 걷기를 반복했다. 간신히 병원에 도착하면 숨을 헐떡거렸다. 김 교수는 자신이 ‘저질 체력’이라고 생각했다.

첫날 출근 달리기는 약 1시간 10분이 걸렸다. 이후로 체력이 좋아지면서 시간이 단축됐다. 폭우나 폭설이 내리지 않는 한 출퇴근 달리기를 고수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이런 식으로 매일 왕복 16㎞를 달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야외 달리기가 새로운 운동 습관으로 정착한 셈이다.

막상 밖에서 달려보니 실내 달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느껴졌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달릴 때는 왠지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느껴졌는데, 야외에서는 생동감이 확 와닿았다”고 말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고, 맞바람과 산들바람이 있었다. 태양이 한강 위로 솟아오르는 광경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한 해에만 3700㎞ 정도를 달렸다. 올해 초 새 일터가 된 이대목동병원은 집에서 너무 멀어 출퇴근 달리기가 불가능했다. 그 대신 새벽에 출근해 병원 앞 안양천 산책로를 달린 것이다. 올해는 현재까지 3500㎞에 가까운 거리를 달렸다.

● 달리기 효과 좋아… 평생 계속할 것

김향경 교수는 운동 전에 충분히 하체 스트레칭을 해줘야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가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달리기 시작하고 2년 동안은 힘이 들었다고 한다. 매일 달리는데도 체력이 좋아지지 않았다. 맥박 수는 높았고, 숨이 찼다. 야외 달리기가 재미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을 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올해 건강검진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빈혈이 있었던 것. 이후 6개월 동안 철분제를 먹었더니 빈혈은 사라졌다. 달리기 덕분에 병을 찾아 고치게 된 셈이다.

약 3년 동안 달리다 보니 몸 여기저기에서 삐걱대는 소리도 들렸다. 한때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했다.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엉덩관절(고관절) 부위가 아팠다. 뛰기만 하면 무릎 주변이 아프기도 했다. 관절 걱정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근육통이었다. 그제야 김 교수는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평소 시간 날 때마다 10여 분씩 하체를 풀어준다. 달리기 전에도 최소한 5분 정도는 충분히 몸을 풀어준다. 덕분에 요즘에는 부상 없이 달리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지난해에만 10㎞ 혹은 하프 코스 마라톤대회에 20회 이상 참가했다. 처음으로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내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풀코스에도 도전한다.

달리기의 이점이 뭘까. 김 교수는 “확실한 점은, 건강해졌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회진을 돌 때나 계단을 오를 때 다른 사람들은 헉헉대는데, 자신은 멀쩡하단다. 게다가 예전에는 예민해서 장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불면증이 있었는데, 그런 증세가 모두 사라졌다. 김 교수는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달리다 보면 저절로 모든 게 정리된다”며 웃었다. 김 교수는 또 “달리기는 혈관 건강에도 좋다. 어르신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