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송 집단 폐사 원인으로 지목돼, 2021년부터 유해생물 퇴치 작업 말미잘 없으면 새우-게도 사라져 생태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도 “연산호군락 위한 해결책 마련”
제주 연안의 해송이나 절벽에 붙어서 사는 담홍말미잘.
제주 서귀포시 문섬 일대에서 한 다이버가 해송에 기생하는 보키반타이끼벌레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김병일 씨 제공
국내 한 환경단체는 2020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문섬 동쪽 수심 20∼30m 사이에서 해송 집단 폐사를 확인했으며 해송의 뿌리, 줄기와 가지에 부착한 담홍말미잘은 점점 서식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담홍말미잘의 기생으로 해송은 제대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앙상하게 말라죽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지적 등에 따라 2021년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 내 유해 해양생물 제거 및 서식환경개선 사업 보고서’가 제출됐고, 2021년에 이어 2022년에 유해 해양생물 제거 작업이 이뤄졌다.
담홍말미잘이 해송에 기생해서 고사시키는 것은 대부분 해양학자들이 인정하고 있지만 생태계 먹이사슬의 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담홍말미잘을 제거할 경우 담홍말미잘과 공생관계에 있는 희귀 새우, 게 등도 사라지면서 생태계 균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말미잘은 조류에 나풀거리는 촉수의 모습이 마치 꽃과 같다고 해서 ‘바다의 아네모네’로도 불리는데 다양한 생물과 공생하면서 수중 생태계의 한 영역을 이루고 있다.
해양생물학자인 제종길 박사는 “해양생태계에서 유해생물을 지정하고, 제거하는 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대상 해역의 수질환경 변화는 물론이고 유해생물의 천적, 어류 개체군 변동, 유해생물의 생존율을 결정하는 환경요인과 먹이생물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간 문섬 일대에서 수중 생태를 관찰한 한 다이버는 “수중 온도의 상승, 조류의 변화 등으로 인해 서귀포 앞바다의 수중 생태계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특정 생물을 제거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며 “불가사리를 해적생물로 규정하고 제주 연안의 해양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 등도 무차별로 잡아 올린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2년에 걸쳐 담홍말미잘, 보키반타이끼벌레 등의 제거 작업을 실시했는데 이런 일시적인 작업이 해양생태계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장기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예산 2억 원을 들여 ‘제주연산호군락 보전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7월에 발주해 내년 최종 보고서를 받을 예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