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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조은아]다섯 살 모하메드의 일그러진 성장기

입력 | 2023-10-26 23:57:00

佛 15년 살았지만 결국 이슬람 극단주의자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심과 융화 노력 절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지난주부터 프랑스 파리 초등학교 하교 풍경이 달라졌다. 학생들이 보통 부모를 기다리던 학교 정문 주변은 이제 텅 비었다. 아이들은 학교 건물 안에서 대기하다 자기 부모가 오면 하나씩 문밖으로 나온다. 소풍과 견학 일정은 전면 취소됐다. ‘학교 주변에서 수상한 물건이나 사람이 보이면 즉시 알려 달라’는 공지도 온다.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피살되는 테러 사건으로 정부가 안전 경보를 최고 단계로 높이자 학교들도 일제히 보안을 강화한 것이다.

프랑스 전역을 공포로 얼어붙게 만든 이번 테러 사건 용의자는 20세 백인 청년 모하메드 모구치코프다. 그는 자신이 다녔던 프랑스 동북부 아라스의 강베타고교에서 프랑스어 교사 도미니크 베르나르를 흉기로 살해했다. 범행 당시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 모하메드는 일찍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의심받아 프랑스 보안 당국의 잠재 위험 인물 명단에 올라 있었다.

현지 언론에 보도된 그의 이력 중에서 눈길을 끄는 점을 봤다. 러시아 체첸공화국에서 태어난 그가 부모와 함께 처음 프랑스 땅을 밟은 것은 5세 때인 2008년이었다. 다시 말해 프랑스에서 무려 15년간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중고교 과정을 프랑스에서 거쳤으니 체첸공화국보다 프랑스에 더 동질감을 느낄 법하다. 그런데도 살라피스트(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로 성장해 모교 선생님까지 공격하게 됐으니 의아하다. 그가 프랑스에서 보낸 15년이 궁금해졌다.

모하메드 가족은 프랑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있었다. 2014년 집에 들이닥친 경찰이 그의 부모를 불법체류자라고 체포해 추방 위기에 처했을 때다. 당시 이주민 지원 단체가 추방 조치는 반(反)인권적이라고 크게 비판하면서 언론에 널리 알려졌다. 결국 시민사회 지원 덕분에 그의 가족은 추방을 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주변에 일찍 노출돼 주목받은 모하메드 가족은 관계 당국과 지역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았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들은 조용히 고립됐다. 지역 언론 라부아뒤노르에 따르면 이웃들은 모하메드 가족을 ‘은둔 가족’이라고 묘사했다. 모하메드는 암울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웃들은 “모하메드는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환경에서 자랐다”고 전했다. 만약 주변에서 개입했다면 모하메드는 덜 불우하게 성장하지 않았을까.

물론 모하메드 가족이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남 탓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힘든 환경에서도 사회에 잘 정착해 주류로 자리 잡은 이민자가 적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하메드가 일그러진 15년을 보내는 동안 학교와 지역사회가 이 가족을 융화시키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번 끔찍한 테러를 예고하는 신호는 과거 여러 번 감지됐다고 한다. 모하메드가 17세 때인 2020년 파리 근교의 한 학교 교사 사무엘 파티가 ‘참수 테러’를 당해 숨졌다. 당시 모하메드가 다니던 학교에서 이 사건에 대해 토론하다 친구를 공격해 퇴학당한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과 모하메드가 모종의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모하메드가 지난해까지 흉기를 들고 “이 도구로 사람을 죽일 수 있나” 같은 질문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

모하메드의 사례가 자칫 미등록(불법체류) 아동에 대한 거부감을 조장할까 우려스럽다. 핵심은 ‘테러 용의자는 미등록 청년이었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가 테러를 저지르기까지 보낸 15년의 성장 과정이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적대감이 또 다른 모하메드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