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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vs 친팔’ 두 쪽 난 美… 대학가도 진영 갈등 몸살

입력 | 2023-10-16 03:00:00

하마스 “13일 성전의 날” 선언에
팔 지지자들 거리로… 경찰 비상
학생-교수-동문들 입장 따라 충돌
대학출입 통제… 총장사임 요구도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웨스트 42번가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는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다른 한쪽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서로 맞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동전쟁이 지속되면서 미국 내 양측 지지자 간 갈등 또한 고조되는 형국이다. 뉴욕=AP 뉴시스


13일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브라이언트 공원 앞. 창문 밖으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사람들을 태운 차량들이 지나갔다. 인도를 걷던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이 모습을 보고 환호했다. 인근 지하철역에서 모두 어깨에 팔레스타인기를 두른 부부와 자녀 3남매는 기자에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탄압은 멈춰야 한다”며 “타임스스퀘어 시위에 합류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 수장 칼리드 마슈알이 “13일의 금요일은 지하드(이슬람 성전·聖戰)의 날”이라고 선언한 바로 그날이었다. 뉴욕경찰(NYPD) 전체에 ‘제복을 입고 비상 대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뉴욕시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는 등 긴장감이 높아졌다. 유엔본부 주변 상공에서는 하루 종일 경찰 헬기가 순찰 비행을 했다. 증오범죄 및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타임스스퀘어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재택근무를 결정했고 구글 뉴욕 사무소도 자율 근무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유대인이 가장 많이 사는 뉴욕을 포함해 미 전역에선 친(親)이스라엘과 친팔레스타인 진영 갈등이 무력 충돌로 비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뉴욕 컬럼비아대 도서관 앞에서 24세 이스라엘 남성 학생이 19세 여성에게 막대기로 맞기도 했다.

하버드대 등 미 대학가는 이-팔 진영 갈등이 학생 단체와 대학 지도부, 외부 동문 사이 갈등으로 번지며 곤혹스럽다. 컬럼비아대는 12일 학내 대규모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리나 워크먼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은 공개적으로 하마스를 비호하는 성명을 냈다가 로펌 입사가 취소됐고 린다 밀스 뉴욕대 총장은 하마스 규탄 성명을 냈다. 스탠퍼드대 강사는 반(反)유대주의 발언을 했다가 정직당했다. 펜실베이니아대는 학내 반유대주의 움직임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이 대학 주요 기부자인 세계 4대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마크 로언 최고경영자(CEO)에게서 총장 사임 요구 등 비난을 받고 있다.

미 정치권 인사는 “미국에서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문제는 자기 이름을 밝히고 말하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라며 “양측을 향한 적대감이 하마스 공격을 계기로 분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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