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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소통방식 개선 꾀할 것”… 여당내 “이념 위주 국정 바뀌어야”

입력 | 2023-10-13 03:00:00

[강서구청장 보선 이후]
대통령실 “선거결과 엄중히 수용”
쇄신 위한 조직 재정비 속도 낼듯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한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 전면적인 쇄신과 국정 운영에 대한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알라르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는 어떤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여당이 참패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외교, 안보, 민생경제의 기본 방향을 변경하기보다는 이를 다루고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의 개선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치러진 구청장 선거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17%포인트 차로 압승한 사실은 대통령실에 무거운 숙제를 안겼다. 윤석열 대통령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尹, 김행 사실상 ‘지명 철회’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사퇴도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론을 받아들인 조치다.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12일 오전부터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식 파킹’ 의혹과 ‘코인 보유’ 의혹에 더해 5일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한 데 대한 거센 비난 여론이 가뜩이나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보궐선거에서 엄중한 민심을 확인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여당의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요청에 따라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지명 철회’를 했다는 것. 여권 고위 관계자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이전에 더 일찍 지명을 철회하는 방향이 좋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국민들에게 대선 때와 같이 낮은 모습으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국회 인준 부결로 발생한 대법원장 공백 사태와 후속 헌법재판소장 인선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장 후보자의 실력과 인품에 더해 야당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인사를 발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와 여권에서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비롯한 복수의 인사들이 대법원장 후보군으로 새롭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임 당시 검찰인권위원장으로 활동한 강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심리 당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탄핵 의견을 냈다.



● “이념 위주 국정 바뀌어야”…조직 개편 속도 낼 듯


대통령실은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국정과제를 재점검하는 동시에 경제·민생에 더욱 무게를 둔 국정 기조의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국정에서 이념을 강조하는 비중을 줄여가며 철저히 ‘민생’과 ‘경제’를 강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비윤(비윤석열)그룹의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며 “윤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거는 이념 위주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 행사에서 ‘반국가세력’과 ‘공산 전체주의 맹종 세력’을 비판해 온 것과 달리 이날 장진호전투 기념식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념 발언에 대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직 재정비와 쇄신을 위한 대통령실 개편 작업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총선에) 나갈 사람들 빨리 나가라고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이들을 10월부터 순차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선 출마로 20여 명이 나가더라도 충원 폭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잡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를 확대 해석하기보다는 여권의 긴장과 분발을 이끌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방주사를 세게 맞고 분발하면 내년 총선에서 좋은 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정치 참여 후 줄곧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 왔는데, 이제는 자신이 선거로 평가받는 위치에 있음을 인지하고 대선 시절의 자세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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