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막 역류하는 ‘감염성 심내막염’ 심한 경우 다른 장기까지 손상… 심장 조직 그대로 살리는 치료 방법 수술 난도 높지만 기능 보전에 유리… 경험 많은 전문의에게 수술 받아야
인하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강철웅 교수(가운데)가 병원 수술실에서 감염성 심내막염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판막성형술을 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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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허리 수술을 받았던 김정현(가명·58) 씨는 수술 후 계속되는 발열과 숨이 차오르는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동네 병원 등 여러 병원에 다니며 원인을 찾았지만 뚜렷한 병명을 찾지 못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인하대병원을 찾은 김 씨는 ‘감염성 심내막염’(세균이나 곰팡이 등 미생물이 심장의 내막에 균체를 형성해 염증이 생긴 상태)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인하대병원 심장내과는 김 씨에게 곧바로 항생제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판막의 역류가 줄어들지 않았고 뇌졸중(뇌기능 장애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상태) 증상이 나타나고 다른 장기까지 손상돼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심장내과와 마취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의료진은 긴급 논의를 거쳐 ‘판막성형술’(자기 판막을 교정하는 수술)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심장혈관흉부외과 강철웅 교수의 집도가 빠르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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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에 따르면 감염성 심내막염은 주로 심장 판막에 균 덩어리가 들러붙어 판막을 손상시키고 판막 역류를 일으켜 심장과 폐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항생제 사용 등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뇌졸중을 비롯해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자칫 전신감염으로 이어질 경우 패혈증(박테리아 등 다양한 미생물이 혈액 속에 번식해 생기는 염증성 질환)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감염성 심내막염은 판막의 상태에 따라 판막치환술(인공 판막을 넣는 수술)이나 판막성형술을 통해 치료한다.
판막치환술은 손상된 자기 판막을 잘라내고 인공 판막을 넣는 수술이다. 보통 판막의 손상 정도가 심한 경우 사용한다. 인공 판막은 기계판막과 조직판막이 있는데, 기계판막은 수명이 반영구적이나 항응고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조직판막은 항응고제 복용 기간은 짧지만 판막 수명이 평균 15년 정도여서 젊은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판막성형술은 판막치환술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지만 환자 본인의 심장 조직을 그대로 살릴 수 있어 심장 기능 보전에 유리하다. 또 항응고제 복용 기간이 짧아 합병증 발생 확률이 낮다. 판막성형술은 난도가 높지만 치료에 성공해 퇴원한 환자는 정상인들과 같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다양한 임상 경험을 쌓은 숙련된 전문의에게 수술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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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