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귀환하는 美 탐사선 약 3억km 떨어진 소행성 ‘베누’서 토양 표본 채취해 지구로 전달… “태양계 형성-생명체 기원 연구” ‘오시리스-렉스’, 표본 떨어트리고… 다른 소행성으로 2차 탐사 예정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에 착륙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사진 출처 미국항공우주국(NASA)
지구에서 3억2000만 km 이상 떨어진 소행성 ‘베누’의 토양 표본을 채취한 미국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발사 7년여 만에 24일(현지 시간) 지구로 돌아온다. 과학자들은 채취해 온 표본에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시리스-렉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소행성 탐사선이다. 2016년 발사돼 2018년 베누 인근에 도착해 2년여간 주변을 관측하다 2020년 표본 채취에 성공한 뒤 지구로 방향을 틀었다.
NASA의 계획대로라면 오시리스-렉스는 24일 지구 상공 10만2000km 거리에서 표본이 담긴 캡슐(SRC)을 지구로 떨어트린다. SRC에 담긴 약 250g 무게의 표본은 미국 유타주 사막에 도달할 예정이다. 발사 7년 만에 다시 집을 방문한 탐사선은 멀찍이 떨어져 배달 임무만 수행한 후 곧바로 또 다른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하기 위해 2차 여정을 떠난다.
지구로 귀환하는 탐사선 오시리스-렉스 상상도. 사진 출처 미국항공우주국(NASA)
학계에서는 생명체의 기원이 소행성에서 비롯됐다는 가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베누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인 탄소와 같은 유기물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NASA는 “탄소 외에도 베누에는 생명체에 중요한 또 다른 구성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하야부사 2호가 또 다른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해 2020년 지구로 보내온 표본에서는 생명체의 요소인 RNA를 구성하는 염기 중 하나인 ‘우라실’이 발견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오시리스-렉스가 하야부사보다 표본 수집 능력이 우수해 소행성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오시리스-렉스는 전자팔에 수집 장치를 부착해 하야부사보다 수집한 표본의 양이 많을뿐더러 채취한 입자의 종류도 다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의 소행성 탐사를 위한 구체적 계획이나 대상, 일정 등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29년 지구에서 3만여 km까지 가깝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를 위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탐사선 및 관련 시스템을 제작하고 누리호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확보에 실패해 무산된 바 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