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신부 모시기’ 경쟁 내몰려 과도한 지참금 지급 사회문제로 비자발 독신 증가로 사회불안 우려 올해 출생인구 800만명 밑돌수도
성비 불균형이 극심해진 중국에서 신랑이 신부에게 과도한 지참금을 주는 현상을 풍자한 만평. 웨이보 캡처
최근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식장 앞에 현금 998만 위안(약 18억1000만 원)을 실은 수송차가 멈춰 섰다. 무장한 보안요원들은 현금을 수레에 싣고 들어와 신부 앞에 쌓아 놓았다. 중국에서 신랑이 신부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차이리(彩禮·지참금)’다.
이 사건이 중국 매체에 보도되면서 과도한 신랑 지참금 문제가 부각됐다. 당시에는 일부 졸부들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려는 잘못된 사례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남녀 성비(性比) 불균형이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진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오랜 성비 불균형이 ‘수동적 독신’ 낳아”
12일 징지관차(經濟觀察)보를 비롯한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인구학회 부회장 위안신(原新) 난카이대 교수는 “남아선호 사상 영향으로 장기간 남녀 성비 불균형을 겪은 중국에서 3000만 명 넘는 남성이 배우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동적 독신’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동적 독신’은 최근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예상보다 더딘 경기 회복과 부동산발(發)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예식비, 주거비 등을 감당하기 힘든 젊은이들이 능동적, 자발적으로 독신이 되는 현상과 구별하기 위한 용어다.
그는 “1980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출생 성비는 114.4”라면서 “이 기간 태어난 인구가 7억990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42년 동안 남성은 여성보다 3400만∼3500만 명 더 많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간 태어난 남성 중 3000만 명 이상이 중국에서는 배우자를 찾지 못해 원치 않는 독신으로 지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 ‘수동적 독신’ 사회 안정 위협
수동적 독신이 늘어나면서 다른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이들의 불안정한 노후 생활이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중국은 2020년 기준 60세 이상 수입 구조에서 가족 부양이 27%, 노동이 25%를 차지하며 연금은 22% 수준에 그칠 정도로 노후 대비 수단이 부족하다.
위안 교수는 “외국 사례를 보면 독신자는 삶에 대한 의욕이 낮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요만 충족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의 소비력이 기혼자보다 더 강하다는 속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혼인 건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2019년 1000만 건 아래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 683만여 건으로 전년보다 80만 건, 2013년(1346만 건)보다 절반가량 급감했다. 결혼이 줄어 자녀도 줄자 지난해 출생 인구는 956만 명으로, 중국 공산당 정권이 수립된 1949년 이후 73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밑돌았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