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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 교민들 “도시 뒤덮은 비명소리…여진 불안에 車에서 쪽잠”

입력 | 2023-09-10 16:05:00


“접시 깨지는 소리, 도시를 뒤덮은 비명에 놀라 차에서 잡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지진 진앙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마라케시에 사는 한국 교민들은 1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8일 지진 당시 느낀 충격과 여진의 불안감으로 며칠째 편히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10년 넘게 모로코에서 거주하며 식당을 운영 중인 이승곤 씨는 “8일 밤에 땅이 마구 흔들리면서 느낀 불안감 때문에 가족들과 차에서 자고 있다”며 “구도심에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인근 마을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말 그대로 초토화된 상태라 걱정이 컸다”고 밝혔다.

9년 넘게 모로코에 거주한 김동인 씨는 “8일 밤에 갑자기 집에 있는 접시들이 깨지고, 집이 무너질 듯 흔들리더니 이웃들의 비명이 동네에 가득했다”며 “놀란 마음에 아이들부터 먼저 깨우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떠올렸다. 진동이 1~2분 계속되는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건물 안에서 진동이 잦아들길 기다렸던 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김 씨는 “지진 발생 후 현지 경찰이 낡은 아파트에 사는 현지인, 교민들을 찾아가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고 했다”며 “몇몇 이웃, 친구는 비교적 새 건물에 사는 집을 찾아가 함께 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차에서 잠을 청하기 어려운 교민들은 집 안팎을 오가며 쪽잠을 자고, 혹시 모를 여진에 대비해 돌아가며 ‘불침번’도 서고 있다. 김 씨는 “비교적 오래 머물던 교민들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모로코 사람들은 1960, 2000년대 큰 지진 피해 경험이 있어 두려움이 더 큰 것 같다”고 답했다.

일부 대형마트는 잠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창고형 마트나 일부 소형 가게들은 영업을 이어가 생필품이 갑자기 끊길 우려는 덜었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진앙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북부 지중해 연안 도시 카사블랑카나 수도 라바트에서도 일부 교민들은 진동을 느끼면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이 파악한 모로코 내 한인은 대략 360명이다. 피해가 큰 마라케시 인근에는 비정부기구 종사자나 선교사, 사업가 등 1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사관 측 “한국 관광객이 많았던 여름 휴가철이 지나 지진이 발생해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까지 관광객을 포함해 교민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