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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격상된 동맹’의 신뢰 보여줄 지표

입력 | 2023-08-23 00:15:00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미일 협력 수준을 끌어올린 3국 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을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혜택을,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고 했다. 학계나 보수단체의 문제 제기를 넘어 국가안보 사령탑까지 이를 공개 지적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이 금지돼 왔다. 2015년 개정을 통해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상용화 등의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공동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고, 농축의 경우도 20% 미만으로만 한미 간 협의를 거쳐야 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통해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얻어냈다. 일본이 이후 재처리를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은 46t이 넘는다.

미국은 재처리와 고농축을 금지하는 이유로 핵무기 전용 가능성을 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미국과 핵협의그룹(NCG)을 구성해 핵 공동기획, 공동실행에 나서기로 한 동맹국이다. 그런 한국에는 재처리와 농축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전범국인 일본에는 권한을 준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한미일이 구축한 역내 3각 안보협력체의 한 축이 어그러지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농축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마냥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5기의 원전을 보유한 한국으로서는 원료인 농축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가 관건이다.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핵폐기물 저장시설들은 2030년부터 줄줄이 포화상태가 돼 원전 가동까지 멈춰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재처리가 가능해지면 핵폐기물 부피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를 다시 연료로 재활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20년 단위로 개정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당장 손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개정 필요성과 시기 등을 감안해 양국이 개정의 밑바닥을 다지는 작업들을 시작해야 할 때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원칙하에 국제사회의 비확산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온 한국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을 최소한 미일 원자력협정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한미일 3국 협력 틀을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풀어야 할 족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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