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수개월 토론…공식 발표 없이 '조용하게' 결정 펜타곤, ICC 미군 기소 가능성 여는 선례 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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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이 갖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증거를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공유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ICC 가입국이 아닌 미국이 직접적으로 증거를 공유하기로 합의한 첫 사례다.
CNN은 미국 당국자 2명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ICC 수사에 미국이 협조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에이드리엔 왓슨 NSC 대변인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이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와 잔혹행위에 대해 가해자 및 조력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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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식통은 미국이 공유할 정보와 관련해 “궁극적으로 ICC 검사의 요청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 행정부가 내부적으로 약 4개월 간 벌였던 치열한 토론은 종료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는 ICC에 협력하는 것을 지지한 반면, 국방부는 미군의 기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반대해 왔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은 “바이든 대통령이 ICC와 전쟁범죄 증거를 공유하기 시작하라고 ‘조용히’(quietly) 지시하면서 미국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면서 “(이번 결정은) ICC가 미군을 기소하는 길을 열 수 있다고 우려한 미 국방부의 수 개월에 걸친 저항을 무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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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는 1998년 채택된 로마 규정(Rome Statute)에 따라 설립된 국제 상설 재판소다. 전쟁범죄, 제노사이드(대량학살), 반인도적 범죄를 수사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해 ‘헤이그 재판소’로도 불린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쟁범죄에 대해 수사해왔다. 지난 3월엔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및 강제 추방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ICC 회원국이 아니어서 재판관할권을 두고 논란이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특별재판소’ 설치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민간 기반 시설을 고의적으로 공격하고 우크라이나 어린이 수천 명을 강제 이주시키는 등 전쟁범죄 혐의 증거를 수집해왔다. 미국은 이 증거 중 일부를 우크라이나 검찰과는 공유했지만, ICC에는 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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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