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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급등에 5대 은행, 부실채권 상반기에 2조 넘게 털어내

입력 | 2023-07-24 17:29:00


올해 들어 연체율이 치솟으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자 시중은행이 상반기(1~6월)에만 2조 원이 넘는 부실 자산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 상각 또는 매각을 통해 장부에서 털어낸 부실 채권 규모가 벌써 지난해 전체와 맞먹는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상각하거나 매각한 부실 채권 규모는 2조21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동안 상·매각한 규모(2조2713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 1분기(1~3월)에 8570억 원이었던 상·매각 실적은 2분기(4~6월)엔 1조3560억 원으로 급증했다.

상각과 매각 조치는 은행 입장에선 건전성 관리를 위한 ‘비상 수단’이다. 각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이하여신(부실 채권)으로 분류해 별도로 관리하는데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해 장부에서 지우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식으로 처리한다. 상각과 매각 대상은 주로 각각 무담보 신용대출 채권과 주택담보대출 채권이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면 해당 채권은 대차대조표상 은행이 보유한 자산에서 제외돼 은행의 자산은 감소하지만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개선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치솟던 5대 은행의 연체율이 지난달 들어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6월 말 0.17%였던 연체율은 올해 5월 말 0.33%로 급등했지만 한 달 뒤엔 0.29%로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새로운 부실 채권의 증감 추이를 보여주는 신규 연체율은 5월 말과 6월 말 모두 0.09%로 변화가 없었다. 부실 채권이 줄어 연체율이 낮아졌지만 새로운 부실 채권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엔 0.04%에 그쳤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7~12월) 연체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상공인에게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했던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9월이면 종료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하는 것은 분기 말에 주로 진행하는 것이라 6월에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하반기엔 연체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상황에선 각 은행은 상·매각 보다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리를 통해 연체율을 낮춰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