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희망 스비톨리나 시비옹테크 깨고 윔블던 4강行 “우리 국민들 작은 행복이었으면” 시비옹테크 “부디 우승하기를”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가 12일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와의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승리한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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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를 정신적으로 더 강하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의 여자 테니스 선수 엘리나 스비톨리나(29·세계랭킹 76위)는 12일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2·폴란드)를 2-1(7-5, 6-7, 6-2)로 누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젠 웬만한 어려운 일도 큰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생엔 더한 일도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를 물리친 건 남녀 단식을 통틀어 스비톨리나가 처음이다. 스비톨리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믿기지가 않는다”며 세계 1위를 꺾은 소감을 말했다. “이번 대회 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세계 1위를 꺾고 4강에 갈 거야’라고 말했다면 ‘미쳤냐’ 하고 되물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스비톨리나가 13일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24·체코·42위)와의 4강전에서 이기면 우크라이나 여자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르게 된다. 4강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묻자 그는 “우선 맥주를 좀 마셔야겠다”며 웃은 뒤 “오늘 밤만 즐기고 다시 정비해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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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 시비옹테크는 스비톨리나를 응원했다. 시비옹테크는 “(스비톨리나는) 인간적으로도 좋아하는 선수다. 오늘 경기가 끝난 뒤 네트에서 만났을 때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이제 나는 스비톨리나의 우승을 응원할 것이다. 엄마가 된 뒤 돌아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스비톨리나는 남자 테니스 선수 가엘 몽피스(37·프랑스)와 결혼했고 지난해 10월 딸을 낳았다. 출산 후 운동을 잠시 쉬는 동안에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자국 군인들을 돕는 모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출산 후 6개월 만인 올해 4월 코트로 돌아온 그는 “출산과 전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더 차분해졌다”며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휴대전화로 내 경기를 보면서 기뻐하는 영상을 봤다. 우리 국민에게 작은 행복이나마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출산 이후 윔블던 정상에 오른 선수는 1980년 대회 우승자 이본 굴라공(72·호주)이 유일하다.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2위)는 대회 5연패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조코비치는 이날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안드레이 루블료프(26·러시아·7위)에게 3-1(4-6, 6-1, 6-4, 6-3)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메이저대회 개인 통산 46번째 4강 진출로 로저 페더러(42·스위스)와 이 부문 최다 타이를 이뤘다. 조코비치는 14일 얀니크 신네르(22·이탈리아·8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