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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시즌에만 3승 했던 임희정, 올 시즌 존재감이 사라졌다[김정훈의 리플레이스]

입력 | 2023-06-14 11:20:00

[5화]




15일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DB그룹 한국여자오픈이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CC(파72)에서 열립니다.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였던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는 이다연(26)이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하면서 통산 7승이자 메이저 3승에 성공했습니다. 메이저대회에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시즌 전체 32개 대회 중 5개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KLPGA투어에서는 대회의 체급을 키우기 위해 메이저대회보다 상금을 더 높게 책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메이저대회 위상을 넘을 수 없다는게 골프계 중론입니다.

선수들은 두 번째 메이저대회를 앞두고 ‘특훈’을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여자오픈은 대한골프협회(KGA) 주최로 아마추어 선수들도 대거 참가해 투어 프로 선수들도 어린 시절부터 늘 우승을 꿈꿔오는 대회입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인터뷰했던 선수 대부분이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목표로 삼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익숙한 박지영(27), 박현경(23), 이예원(20), 방신실(19) 등이 이 대회에 큰 욕심을 보였습니다.

박민지가 11일 강원 양양군 설해원CC에서 열린 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연장 끝에 우승을 한 뒤 기뻐하고 있다. KLPGA 제공

팬들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여러 우승 후보를 거론하며 높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11일 끝난 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KLPGA투어 사상 5번째로 단일 대회 3연패에 성공한 박민지(25)의 2연승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또 KLPGA 챔피언십에서 처음 등장해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4위를 차지한 ‘슈퍼 루키’ 방신실, 이 대회에서 올 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 2위(9언더파 279타)를 차지한 박결(27) 등도 팬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 리더보드 상단에서 사라진 임희정
이런 팬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진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디펜딩 챔피언’ 임희정(23)입니다. 임희정은 2019년 KLPGA투어에 데뷔해 그 해에만 3승을 올린 선수입니다. 2020년을 빼고 2021년과 지난해에도 1승을 올리며 꾸준히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자주 올린 선수입니다. 지난해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에도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임희정은 이번 시즌 열린 12개 대회에 참가해 컷오프를 2번 했습니다. 어린이날 연휴에 열렸던 교촌 레이디스 오픈에서도 기권을 하지 않았다면 컷오프를 당했을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사고를 당한 지난해에도 두 차례의 컷오프 탈락과 1번의 기권이 전부였는데, 이번 시즌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와 똑같은 기록을 세웠습니다.

올 시즌  두산건설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한 임희정. 두산건설 제공


컷 통과를 한 대회 성적도 그동안의 임희정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임희정의 이번 시즌 톱10 진입은 3번에 불과합니다. 반면 50위 밖의 성적표를 받은 대회는 4개나 됩니다. 임희정은 2019년 데뷔한 해에 3차례 50위 밖의 성적표를 받았을 뿐,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컷오프 탈락을 한 적이 있을지라도 컷 통과를 한 뒤에 50위 밖의 성적표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최근 임희정의 성적은 더 좋지 않습니다. 임희정은 5월부터 6월 11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까지 6개 대회에 참가했는데, 두 차례 컷오프 탈락을 했고 한 차례 기권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번 시즌 컷오프와 기권이 모두 5월에 나왔습니다. 또 나머지 3개 대회에서도 통상의 대회와 성격이 다른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만 9위를 했을 뿐, 나머지 2개 대회에서는 53위(롯데 오픈), 69위(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를 했습니다. 69위는 꼴찌였던 안소현(28)의 바로 위 성적입니다.


  ● 사고 후유증, 소속사·메인스폰서 변경 여파인가
임희정의 이번 시즌 부진을 두고 골프계에서는 여러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당한 교통사고를 가장 유력하게 꼽습니다. 임희정은 지난해 4월 차량이 반파되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프로암 참가를 위해 새벽부터 대회장으로 향하던 중 고속도로 톨게이트 벽에 부딪히는 사고가 나면서 임희정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임희정도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목이 거북목, 일자목이 되고 허리도 일자가 되는 체형 변화가 왔다”며 “그러다보니 어드레스 느낌도 다르고 몸 회전이 부드럽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습니다. KLPGA투어 ‘샷의 정석’이라고 꼽히던 임희정이 사고 후유증으로 체형이 변하면서 샷감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인정할 정도이니 주변에서 바라볼 때는 그 정도가 더 클 수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사고 당시 임희정의 차량. 임희정은 이 차량을 폐차했다.

환경적 요소가 변한 것도 임희정 부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멘털이 중요한 골프라는 종목에서 환경적 요소 변화는 골프 성적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희정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투어 데뷔전부터 인연을 맺어오던 갤럭시아SM과 결별 했습니다. 결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나오지만, 지난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임희정의 부모와 상대 선수 부모의 다툼 여파가 재계약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선수가 매니지먼트사를 정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동안 갤럭시아SM 매니지먼트에 익숙하던 임희정에게는 새 매니지먼트사의 매니지먼트는 낯설 수 있습니다. 담당 매니저와 불편하다면 대회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매니지먼트사가 바뀌며 자연스럽게 메인스폰서도 바뀌었습니다. 지난해까지 한국토지신탁 후원을 받던 임희정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두산건설로 메인스폰서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한국토지신탁과 재계약이 불발된 이후 새 메인스폰서를 구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두산건설과 계약을 하기 전까지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임희정 측의 스트레스가 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임희정이 신경을 많이 써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임희정은 “2023년을 임희정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말했습니다. 자신이 지난해 우승을 한 한국여자오픈에서 타이틀 방어를 하며 본인의 각오대로 임희정의 해를 열지 기대가 됩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