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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재건축, ‘49층 짓겠다’는 이유는[부동산 빨간펜]

입력 | 2023-06-09 03:00:00

서울 아파트 최고 35층 제한 풀리자
압구정-여의도 등 고층 설계 봇물
랜드마크 효과 있지만 공사비 부담




요즘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다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빈 땅이 거의 없는 서울의 경우 재건축 단지에 관심 갖는 분들이 많다 보니 관련 질문도 이어지고 있죠.

그런데 요즘 발표되는 재건축 계획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너도나도 약속이라도 한 듯 49층 이상의 고층으로 짓겠다고 발표하고 있는 건데요.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68층), 여의도 한양아파트(최고 54층), 시범아파트(최고 65층) 등이 초고층 추진 단지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 설계공모에서도 설계업체 3곳이 모두 공통적으로 49층으로 짓겠다고 했죠. 오늘은 왜 재건축 조합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건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Q. 왜 다들 고층으로 짓겠다고 하는 건가요? 계기가 있는 건가요?

“과거 서울, 특히 한강변에는 이른바 ‘35층 룰’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새로 짓는 아파트(주상복합 제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하는 서울시의 경관 관리 방안 중 하나였죠. ‘35층 룰’은 획일적인 고층 아파트가 서울 도시 경관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 또한 획일적인 규제라는 비판이 많았죠. 서울시는 올해 1월 새로운 도시계획인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며 35층 룰을 의무 조항에서 삭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재건축 단지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초고층 설계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거죠.”

Q. 고층으로 지으면 좋은 건가요?

“고층 설계는 일종의 ‘랜드마크’ 전략입니다. 초고층으로 지어 지역의 대표 단지로 자리매김하면 조합원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기에도 좋습니다.

건물을 높게 지으면 사생활 보호를 위한 거리를 확보하기도 좋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여러 동을 지을 때는 채광, 화재 등의 이유로 건물 간 거리를 일정 간격 이상 띄워야 합니다. 또 이 간격은 건축물의 높이에 따라 비례해 커집니다. 건물의 높이가 낮아질수록 건물 간 간격의 하한선이 낮아져 빽빽하게 지을 수 있다 보니 저층 건물은 사생활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죠.”

Q. 건물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건가요?

“단점도 많습니다. 우선 공사비가 늘어나죠. 계산해 보면 건물 높이가 30층 이상인 건물은 바람이 미는 힘이 건물 자체의 무게가 누르는 힘보다 커진다고 합니다. 부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극단적으로 쉽게 말하자면 잘못 지었을 경우 바람에 건물이 뽑힐 수도 있단 얘기죠.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건물을 40층으로 지을 때보다 80층으로 지을 때 골조 비용이 2배 이상 들고, 이는 최종적인 건축비용을 약 1.4배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공사 기간도 길어지겠죠.”

Q. 유독 49층으로 짓겠다는 설계안이 많은 건 왜 그런 건가요?

“건축법은 높이 200m 또는 50층 이상부터 초고층 건물로 분류합니다. 초고층 건물은 대피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30층마다 한 층을 모두 비우는 피난안전층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곧 분양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49층 아파트의 경우 ‘준초고층’으로 분류돼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분양 가능 면적만 보면 초고층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죠. 초고층 건물에 적용되는 사전재난영향성검토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Q. 너도나도 고층으로 짓겠다고 하면 문제는 없나요?

“누군가 사는 집 남쪽에 있는 아파트가 초고층으로 재건축돼 햇볕을 가로막는 일이 벌어진다면 당연히 반발이 생기겠죠. 또 남산, 한강 등 서울 시내 주요 자연경관을 고층 건물에 있는 소수만 누리게 된다면 이 또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반포대교 남단 상부, 선유도 전망대 등 조망점 39곳과 조망축 26곳을 설정해 개발 이후 형성될 경관을 관리합니다. 재건축 계획을 심의하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런 점을 참고해 심의를 하죠.

고층 설계를 허용하는 대신에 특정 단지가 경관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일부를 기부채납 형태로 개방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대표적인데요. 당시의 35층 룰을 깨고 38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커뮤니티센터를 일반에 개방하도록 하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준공 뒤엔 입주민 불편이 우려된다며 이를 폐쇄해 빈축을 사기도 했죠. 서초구에서 수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2018년 5월 반포동 주민에 한해 개방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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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