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관련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이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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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전 참사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를 당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22일 상사인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에게 보고서를 삭제하거나 없었던 일로 하자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이날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 전 과장 등 3명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김모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증인신문을 위해 참석했다. 김 정보관은 지난해 10월 26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이 제시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10만 명에 근접한 인파가 어디에 몰릴지, 경찰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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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보관은 해당 보고서를 김 전 과장 등 윗선에 보고했다. 김 정보관은 “(김 전 과장) 지시에 따라 서울경찰청 보고를 위해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에만 보고서를 올렸다”고 했다. 통상 정보관이 작성한 보고서는 대비를 위해 경비·교통과 등 유관부서에도 전파된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정보 경찰의 증거인멸행위 첫 공판기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참사 정보조작 엄중 처벌을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그는 “(지난해 10월 31일 김 전 과장이)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내가 작성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떠냐고 했고, 내가 거부감을 느끼니까 앞서 작성된 112상황보고서를 축약해서 쓴 거라고 하는 게 어떠냐는 등 여러 방법을 제시했다”며 “내 보고서를 본 사람이 누가 있고, 서울경찰청에 보고했는지, 어디에 전파했는지, 기자에게 전파한 적이 있는지 등을 추궁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정보관은 불편함을 느껴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언론에 해당 보고서의 존재가 알려지자 자신이 유출한 사람으로 몰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정보관은 지난해 11월 2일경 김 전 과장이 외근 중인 정보관들을 사무실로 불러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보고서를 지우라는 게 처음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법적으로 지워야 하는 절차라고 해도 부당한 지시라고 느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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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보관은 이태원 일대를 담당하는 정보관인 만큼 핼러윈 축제 당시 현장을 나가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 전 과장이 묵살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김 전 과장이 ‘정보관이 축제에 나가서 뭘 할 거냐’ ‘정보관은 집회에 집중해야 한다’ ‘핼러윈은 크리스마스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